"팀에 아무런 도움이 못되고 있는 내가 실망스러울 뿐이다". 고질적인 허리통증을 안고 있는 히어로즈 클리프 브룸바(35)가 답답한 심정을 숨기지 않았다. 브룸바는 29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원정경기에 앞서 팀 동료들의 훈련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면서 굳게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러다 뒷걸음질로 느릿느릿 워킹을 하거나 가볍게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었다. 배트를 들고 노크배팅을 시도하다가 곧 그만두기도 했다. 이날 브룸바는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타격훈련 도중 고질적이던 허리 통증이 다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인근 병원에서 침을 맞으며 통증을 가라앉히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소용없었다. 히어로즈는 28일부터 사직구장에서 롯데와 3연전에 나섰다. 5위 롯데에 0.5경기차로 뒤졌을 뿐이고 4위 삼성도 1.5경기차로 가시권에 두고 있었다. 어쩌면 히어로즈 시즌 전체를 통틀어 가장 중요한 원정 3연전일 수도 있었다. 그런데 타순에 있는 것만으로 무게감을 주던 브룸바가 갑작스럽게 빠진 것이다. 브룸바는 전날 김시진 감독과의 면담에서 "하루 쉬면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지만 나아지지 않았다. 이에 김시진 감독은 "타순을 보라. 브룸바가 있고 없고의 무게감이 확실하게 차이가 나지 않는가"라며 한숨을 내쉰 뒤 "아프다고 하니 어쩔 수 없다. 대타로 내보낼 바에야 다음을 위해서 푹 쉬게 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브룸바도 답답하다. "대타로라도 나가 힘이 되고 싶다"는 브룸바는 "이번 롯데와의 3연전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 기분이 최악이다. 팀에 아무런 도움이 못되고 있는 내가 실망스러울 뿐"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평소 이명수 코치나 이숭용 등과 함께 타격폼에 대해 의견을 주고 받는 모습도 볼 수 없다. 몸이 좋지 않으니 그런 이야기조차 할 필요가 없다. 부진이 길어지면서 24개로 홈런 단독 선두를 달릴 때의 위용도 사라졌다. 브룸바는 한국에서 은퇴를 목표로 하고 있다. 나이가 있어 메이저리그 트리플A로 가는 것도 사실상 힘들다. 멕시칸리그에서 뛰어본 경험도 없다. 때문에 용병 신분이라는 점에서 최근 부진과 부상이 더욱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히어로즈 통역 김치현 씨는 "감독님은 브룸바에게 서울 올라가서 푹 쉬라고 말했다. 그런데 브룸바는 '조금이라도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 금방 좋아질 수도 있으니 있겠다'고 했다"며 "전날 밤에 주장 송지만, 클락과 함께 이런 저런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는데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닌 것 같다"고 브룸바의 상태를 살짝 귀띔하기도 했다. 이어 "최근 말수가 부쩍 눈에 띄게 줄었다. 인터뷰에서 목표를 물으면 오직 팀의 포스트시즌에 대한 이야기 뿐이다. 홈런왕 경쟁에 대해서는 대꾸도 하지 않는다. 얼마전 '홈런 경쟁은 포기했다'고 말하더라. 안스럽다"고 덧붙였다. 히어로즈가 4강 진입 가능성을 높힐 수 있는 것은 결국 브룸바의 부활 여부와 직결된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침묵하고 있는 브룸바에게 쏠린 시선은 더욱 간질해지고 있다. letmeou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