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식 원장의 눈이야기](17)라식 전 아벨리노 검사 받으시나요?
OSEN 기자
발행 2009.08.31 11: 26

현대의학으로도 아직까지 치료하기 힘든 병이 있다. 이런 난치성 질병은 매우 드물어 주변에서 직, 간접적으로 보거나 경험하긴 힘들지만, 간혹 매스컴이나 의학다큐멘터리, 영화 등을 통해 접하게 된다. 영화 ‘지우개’에서 손예진이 연기한 ‘수진’이 걸린 알츠하이머(Alzheimer's disease)병이나 세계적인 천문학자 스티븐 호킹이 앓고 있는 루게릭병(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ALS) 등이 있다. 안과에도 현대의학으로 치료하기 어려운 질병이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지지 않아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아벨리노 각막 이영양증’이라는 난치성 질환이 있다. 아벨리노 각막 이영양증은 검은 눈동자 주위에 흰 반점(하이알린)이 생기면서 점차 시력저하가 오고 결국 실명에 이르는 유전적인 질환이다. 1988년 이탈리아 아벨리노 지방에서 이민 온 가족에게서 발견되어 ‘아벨리노 각막이상증’ 이라는 명칭이 붙게 되었다.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즉,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이 나타나는 유전자에 따라 동형접합자와 이형접합자로 구분한다. 동형접합자는 한 쌍의 유전자 모두가 아벨리노 각막이상증 유전자로 이루어져 있다. 약 3세부터 증상이 나타나서 6세경에는 급격한 시력저하를 일으키게 된다. 이형접합자는 한 쌍의 유전자 중 하나만 아벨리노 각막이상증 유전자를 물려받은 것을 말하며 12세부터 각막에 흰 점이 생기기 시작해 60~70대에 급격한 시력저하를 겪게 된다. 일부는 시력을 잃기도 한다. 이런 아벨리노 각막이상증 때문에 시력이 많이 떨어진 환자는 각막 이식을 하거나 레이저로 혼탁을 제거하지만 완전하게 치료되지는 않는다. 다만 차선책으로 질환의 진행을 최대한 늦추면서 자외선 등의 외부 자극을 피하는 방법 밖에 없다. 문제는 이런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의 유전자를 지닌 사람이 라식이나 라섹 수술과 같은 각막을 깎아내는 수술을 받을 경우 흰 반점(하이알린)이 급격히 퍼져 실명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약 4만 명이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요즘 시력교정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병원에서는 환자들에게 수술 전 반드시 아벨리노 유전자 검사를 하라고 적극 권장한다. 마찬가지로 아벨리노 유전자 검사기관인 메디제네스에서도 이 검사 기능을 가지고 있는 병원에 ‘아벨리노 검사 병원’이라는 자체 인증을 내리며 적극적으로 돕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시간이나 비용 등의 이유로 아벨리노 유전자 검사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럴 경우에는 세극등 현미경을 이용한 검사라도 진행하는 것이 좋다. 세극등 현미경 검사는 각막의 혼탁이나 흰점의 유무를 관찰함으로써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의 유무를 확인하는 것으로 아벨리노 유전자 검사에 비해 빠른 결과를 알 수 있다. 하지만 렌즈의 착용 유무나 생활환경, 개인차 등으로 인해 정확한 결과를 얻기 어려운 점이 있어 경험 많은 전문의의 진단이 반드시 필요하다. 최근 라식이나 라섹 같은 시력교정술을 받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라식이나 라섹 등 시력교정 수술을 통해 안경이나 렌즈의 불편함에서 해방되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하지만 수술 전 철저한 검사가 동반되지 않으면 위험할 수도 있다. 더욱이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을 가진 사람이 수술을 하게 되면 실명에 이르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게 된다. 특히 가족 중에 아벨리노 각막 이상증 환자가 있거나, 각막에 의심스러운 현상이 관찰되거나, 아직 각막이상증의 특징이 덜 나타날 수 있는 20대 초,중반의 사람은 수술 전 아벨리노 유전자 검사를 통해 안전한 수술을 받는 것이 좋다. 글 사진 이인식 명동밝은세상안과 원장. /OSEN=생활경제팀 osenlif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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