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축복을 받은 땅’이라는 수식어를 접하는 순간, 으레 휴양지 도시마다 붙여지는 별명이겠거니 하던 생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천연 산호초 방파제로 둘러싸여 파도 하나 없는 잔잔한 바다와 각도에 따라 일곱 가지 빛깔로 변하는 바다를 보는 순간 ‘역시 사이판’이라는 감탄사가 쏟아졌으니 말이다. 시간이 멈춘 산호바다, 사이판 사이판은 멀지 않다. 비행기로 4시간이면 이국적인 풍광과 자연이 눈앞에 펼쳐진다. 대충 짐을 풀고 백사장에 들어서면 유난히 긴 수평선을 만날 수 있다. 해안선이 완만한데다 섬이 작은 탓에 수평선은 길게만 느껴진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가라판 비치에서 아메리칸 메모리얼 파크까지 이어진 ‘마이크로 비치’는 발바닥을 간지럽힐 정도로 고운 백사장이 1km 가량 계속된다. 산호초와 잔잔한 바다 물결이 일렁이는 이곳은 사이판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풍광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사이판의 무공해 자연을 그대로 만끽하고 싶다면 ‘사이판의 진주’ 마나가하 섬으로 가보자. 마나가하 섬은 물 맑은 사이판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물빛을 자랑하는 곳으로 본섬에서 작은 배로 15분 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마나가하 섬 둘레는 1.5km로 걸어서 한 바퀴를 둘러봐도 20분이 채 걸리 않는다. 하지만 하얀 모래밭이 이어지는 해변에 발자국이 늘어날 때마다 감흥은 몇 배로 불어난다. 깊지 않은 맑은 바다는 산호초와 갖가지 열대어들로 눈이 부시고, 순백의 백사장에 누워 나른한 휴식을 즐기는 커플들의 모습은 카메라에 담는 족족 작품이다. 마나가하 섬은 해양 스포츠의 천국으로도 유명하다. 코발트 빛에서 옥색 빛까지 다채로운 빛깔을 품은 해변에서 즐기는 바나나보트, 제트스키, 윈드서핑, 패러세일링 등의 해양 스포츠가 여행의 재미를 더한다. 마나가하 섬의 숨은 진면목을 보고 싶다면 패러세일링을 추천한다. 모터보트에 매달려 낙하산과 함께 상공으로 치솟으면 투명하게 비치는 바다 위로 솟아오른 앙증맞은 섬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바로 지상에서는 볼 수 없는 마나가하 섬의 진면목이 발휘되는 순간이다. 산호 사이로 숨은 물고기들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물고기가 지천으로 널린 탓에 허리 정도 잠기는 물가에서도 열대어들과 헤엄치는 스노클링이 가능하다. 지난 2007년부터 먹이를 주는 것이 금지돼 조금 아쉽지만, 사람을 겁내지 않는 물고기들이 나와 눈을 마주치며 유유히 헤엄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매력은 충분하다. 신과 함께하는 이름 ‘타’ 사이판에서는 유난히 ‘타’가 포함된 지명이나 사물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스페인어로 ‘타’는 ‘신’이라는 뜻으로 ‘신의 축복을 받은 땅’이라는 타이틀이 비단 아름다운 풍광 때문만은 아니다. 사이판에서도 절경으로 손꼽히는 신이 축복한 산 ‘타포차우’와 신이 저주한 두 사람이 있는 해변 ‘타로포포’ 역시 신이 함께한다. 사이판 섬 중앙에 솟아오른 ‘타포차우 산’은 섬의 최고봉이다. 산의 높이는 약 473m로 우리나라 남산과 비슷하지만 정상에 서면 사이판의 동서남북 4면이 한눈에 들어온다. ‘타로포포 해변’은 바다를 한가운데 두고 양 절벽에 두 사람의 얼굴형상이 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 두 형상에서 살짝 눈을 돌려보면 또 하나의 신기한 현상을 볼 수 있다. 이 두 사람을 위해 신이 제사를 지내주는데 이때 필요한 향이 왼쪽의 사람 형상 앞쪽 바위에서 파도가 부서지면서 향 연기와 비슷한 효과를 낸다. 전혀 짠 내음이 나지 않는 바닷가 앞에서 수도 없이 밀려와 부서지는 파도는 실제 6m를 넘는 거대한 파도다. 이는 해변가에서 100m 가량 밖에 위치한 마리아나 해구의 깊이 때문에 실제보다 낮게 보인다. TIP 코코넛 맛있게 먹는 법 사이판 어딜 가나 흔하게 볼 수 있는 코코넛은 원숭이의 땅콩이라는 뜻의 포르투갈어. 야자는 절대 크기나 색깔로 열매의 익은 여부를 알 수 없다. 그 껍질을 벗겨내고 하얀 속살을 보았을 때, 충분히 두텁다면 ‘잘 익은 놈’이라는 칭호를 들을 수 있다. 대게 야자의 물만 먹는데, 그 하얀 속살을 맛있게 먹는 방법 세 가지를 공개한다. 첫째, 소금·후추간을 해서 먹는다. 짭조름한 담백함을 한껏 느낄 수 있다. 둘째, 와사비에 간장을 해서 먹는다. 쫄깃쫄깃한 속살의 맛이 마치 갑오징어를 씹는 듯 하다. 마지막으로 기내식으로 나온 튜브 고추장을 갖고 있다면 속살을 잘게 잘라 고추장에 살짝 버무려보자. 한입 베어 무는 순간 마치 양념 삼겹살을 씹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질 수 있다. 어떻게 갈까? 투어2000여행사(www.tour2000.co.kr)가 ‘[오전출발-패밀리가 떴다]월드리조트 5일’ 상품을 기획했다.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하며 매주 일요일 출발하는 이 상품의 가격은 59만9000원이다. 02-2021-2091 여행미디어 박은경 기자 www.tour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