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극장가? 감동과 눈물의 도가니
OSEN 기자
발행 2009.09.01 08: 49

올 가을 극장가의 흥행 코드는 감동 드라마와 최루성 멜로다. 여성 관객의 손수건을 흠뻑 젖게 만드는 신파까지 살짝 곁들였다. 하늘 높고 말이 살찌는 가을은 원래 멜로의 계절이다. 그럼에도 지난 수 년동안 멜로 영화는 극장가 흥행에서 맥을 못췄다. 스릴러와 코미디가 강세였다. 그러나 올 가을은 사정이 다르다. 수준과 완성도를 높인 수작 멜로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여름 한 철 대작 '해운대'와 '국가대표'로 쌍끌이 흥행을 기록했던 한국영화는 물론이고 수입 외화도 슬프고 애잔한 스토리로 관객을 유혹하는 중이다. 멜로 공세의 첫 물꼬는 최강희 김영애 주연의 '애자'가 튼다. 9월 둘째 주 개봉이다. 딸과 엄마가 떨어져서 극장문을 넘었다가 서로 껴안고 펑펑 울면서 나올 법한 영화다. 29년을 지지고 볶고 원수처럼 싸우며 살아온 두 모녀 사이의 애증이 스크린을 파스텔 톤으로 물들인다. 연기파 최강희가 비오는 날에는 빨대로 소주 마시고 학교를 빼먹는 철부지 여고생부터 자아 강한 소설가 지망생까지 10년 세월을 멋지게 연기했다. 오랜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김영애도 억척스런 부산 아줌마이자 외아들에 죽고 살며 딸을 무시하는 옛날 스타일의 엄마를 있는 그대로 보여줬다. 해골처럼 뼈만 남은 듯한 김명민의 충격 감량으로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던 '내사랑 내곁에'가 '애자'에게 바통을 이받는다. '너는 내운명' 박진표 감독의 본격적인 멜로이자 휴먼 드라마다. 김명민은 의식과 감각은 그대로인 채 온몸의 근육이 점점 마비되는 잔인한 병 루게릭 병과 싸우는 종우 역으로 가을 여심을 훔친다. 그의 곁을 지키는 지수 역은 '해운대'로 천만관객의 짜릿함을 맛본 하지원이다. 기쁨은 잠시 뒤로 하고 병상의 김명민을 바라보며 환자 이상의 고통으로 신음하는 여인으로 변신했다. TV 드라마 출연 때마다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던 김명민은 영화에서 아직 큰 재미를 못봤다. 모든 작품에 최선을 다하는 그지만 이번 '내사랑 내곁에' 촬영에 임하는 자세와 각오가 대단했던 배경이다. 제작보고회 때 그는 '20kg 이상을 감량했다. 근육이 빠져 점점 몸이 말라가는 루게릭병 환자 역을 위해 극한의 감량은 기본이다. 굶지 않으려면 역을 맡지 말았어야 한다"고 했다. 출연료에만 욕심 내는 일부 무늬만 배우 톱스타들이 배워야할 배우 근성의 표본이다. 외화로는 인도 영화 '블랙'이 가을로 접어드는 극장가에서 틈새 시장을 파고들었다. 세상이 온통 어둠뿐이었던 소녀 미셸이 마법사같은 사하이 선생님을 통해 꿈과 희망을 갖고 조금씩 세상과 소통하면서 기적을 이루어내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세계적인 시사주간지 타임이 올해 '최고의 영화 BEST 10'으로 뽑은 명작이다. 1000만 관객을 넘은 '해운대'와 600만 관객을 동원한 '국가대표'가 주름 잡는 극장가에서 '블랙'은 개봉 4일만에 누적관객수 27만여을 기록하며 은근한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mcgwir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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