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한화 전에는 강했잖아. 그거 믿고 가 봐야지". 중요한 순간 이어진 연패 때문이었을까. 김경문 두산 베어스 감독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환한 웃음을 짓던 상승기와 달리 최근 김 감독은 웃음을 지어도 끝에는 씁쓸함이 남는 표정을 자주 짓고 있다. 5연패로 8월을 마치며 3위(61승 2무 51패, 8월 31일 현재)까지 떨어진 두산. 그들은 올 시즌 상대 전적 12승 1무 2패를 기록하며 승수 쌓기 제물이 되어 준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 1일 또 한 번의 반전을 노린다. '선두 경쟁행 티켓'을 노리던 일 주일 전과 달리 이제는 '2위 탈환'을 향한 발걸음이다. 두산이 내세운 선발 카드는 바로 외국인 좌완 크리스 니코스키(36). SK서 웨이버 공시된 후 두산에 계약 양도 형태로 이적한 니코스키는 올 시즌 2승 7패 평균 자책점 4.82를 기록 중이다. 릭 구톰슨(32)-아킬리노 로페즈(34) 원투펀치로 승승 장구 중인 선두 KIA와 달리 니코스키는 후안 세데뇨(26)와 함께 김 감독의 우환 거리로 전락한 외국인 선수다. 그나마 세데뇨는 젊은 나이에 놀랄만한 습득력을 보여주며 팬들의 기대감까지 높이고 있다. 시즌 전 몸 만들기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에 풀타임 선발로 쓰기 다소 미약한 체력임에도 세데뇨는 투구 밸런스를 차츰 수정하며 페이스를 올리고 있다. 지난 8월 30일 KIA전서는 볼넷 5개를 내주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5이닝 3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그러나 니코스키는 다르다. 30대 후반의 나이에도 불구, 묵직한 구위를 보여주고 있지만 제구력이 뛰어난 편이 아닌 동시에 유리한 볼 카운트서 상대를 제압하는 결정구를 찾기가 힘들다. 10년 가까이 좌타 전담 원포인트 릴리프로 활약했던 이유이자 선수 본인의 한계점이다. 특히 그는 1~3회의 모습과 4~6회의 모습이 완전히 딴판이다. 1~3회서 니코스키는 피안타율 3할3푼(100타수 33안타)로 고전한 반면 4~6회서는 1할9푼(58타수 11안타)로 쾌투를 펼쳤다. "4회부터만 보면 김광현(21. SK)이 부럽지가 않은데"라는 구단 관계자의 한숨이 이해가 가는 투구다. 니코스키는 3회까지 70개가 훨씬 넘는 투구수를 기록하는 '비효율적 경기를 펼치는' 경우가 많다. 초반부터 많은 공을 던지기 때문에 4회부터 좋은 경기를 펼쳐도 많은 이닝을 맡기기 힘들다. 현재 승리 계투진의 총체적 난조로 고역을 치르고 있는 상황서 니코스키에게 더 많은 이닝을 맡긴다면 그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타국에서의 '인권'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지 모른다. '등판 전 불펜서 50구 전력투구를 시키는 것이 어떤가'라는 주위의 농 섞인 질문에 웃음을 보이던 김 감독은 "원래 30일 KIA전 선발 차례가 니코스키였다. 그러나 기왕이면 2승을 따낸 한화 전에 기회를 주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라며 니코스키의 등판 일정을 미룬 이유를 밝혔다. 선수 기록에 대한 배려의 이야기 뒤에는 '니코스키를 중요한 경기서 믿고 맡기기 힘들다'라는 김 감독의 마음이 비춰졌다. 아직까지 국내 무대는 외국인 선수에 대해 '미래 가치'가 아닌 '실용성'에 큰 점수를 주는 시장이다. 비효율적 투구로 자신의 시장 가치를 스스로 갉아먹던 니코스키가 9월 첫 등판인 한화 전서 '경제적 투구'로 감독의 환심을 살 수 있을 것인가. 답은 그의 왼쪽 어깨에 달려있다. farinell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