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진, '내기에서 이길 것 같아도 씁쓸하네'
OSEN 기자
발행 2009.09.01 22: 08

"팀평균자책점 5.37 투수코치가 무슨 할 말이 그리 많을까". 김시진(51) 히어로즈 감독이 정민태(39) 투수 코치의 뒷모습을 보면서 씁쓸하게 웃었다. 김 감독은 1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SK와의 홈경기에 앞서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방송사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정민태 코치를 발견하자 "팀평균자책점 5.37인 투수 코치가 무슨 할 말이 있다고 인터뷰를 하고 있느냐"고 핀잔 섞인 농담을 던진 후 "내기에서 이긴 것 같은데 최소 1000만 원이 넘는 고가의 골프채를 사달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올 시즌에 앞서 정 코치에게 흥미로운 내기를 제안했다. '팀평균자책점 4.00을 넘기느냐 마느냐' 하는 내용이다. 4.00을 초과하면 김 감독이 정 코치에게, 그렇지 않으면 김 감독이 정 코치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한 것이다. 정 코치도 자신있게 이 내기를 받아들였다. 이는 투수들의 분발을 바라는 의미와 함께 정 코치의 승부욕을 자극시키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특히 팀의 시즌 성적과 직결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내기였다. 김 감독은 "팀평균자책점이 4점대 안팍에 머물고 두 타자용병인 브룸바와 클락이 150타점을 해주면 3~4위는 충분히 갈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며 시즌 전 구상을 밝힌 후 "브룸바와 클락은 150타점을 넘어섰는데"라며 입맛을 다졌다. 브룸바와 클락은 각각 76타점과 77타점으로 153타점을 합작했다. 이는 두 용병타자가 중심타선으로 활약하며 거둘 수 있는 기대치였다. 그리고 이를 잘 이행했다. 하지만 마운드는 그렇지 못했다. 애초 계획한 장원삼-마일영 원투 펀치를 중심으로 한 선발진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했고 불펜진 역시 야수들의 리드를 제대로 지켜내지 못했다. 이런 투타 부조화는 결국 히어로즈가 6위로 처질 수 밖에 없었고 롯데, 삼성과 4위 쟁탈전에 나설 수 밖에 없었다고 김 감독은 진단했다. 그렇지만 지도자로 첫 시즌을 보낸 정 코치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김 감독은 정 코치에 대해 "끝까지 집착하고 자존심이 강한 성격인 만큼 아마 올해가 끝나면 정 코치 본인도 많은 것을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내년이면 바뀔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어 "얼마전에도 두통을 호소하더라. 하지만 1년 내내 머리가 아플 것이다"며 투수코치로서의 고충을 이해한다면서도 "그 정도는 1주일에 2~3명만 시원하게 던져줘도 자동으로 사라지기 마련이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김 감독은 "내년에는 4.20 정도로 똑같은 제안을 정 코치에게 해 볼 생각"이라고 말해 어떻게든 정 코치의 사기를 북돋아보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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