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도 못친다". 경이적인 성적을 내고 있는 선수는 무명거포 김상현 뿐만이 아니다. KIA 특급 잠수함 유동훈(32)이 철벽소방수로 거듭나고 있다. 유동훈도 50경기에서 60이닝동안 단 4자책점. 방어율 0.59의 빼어난 피칭을 하고 있다. 1일 현재 17세이브(5승2패10홀드)를 거두며 20세이브를 앞두고 있다. 전반기는 미들맨과 소방수를 겸직했으나 후반기부터 소방수 업계로 본격투신했다. 10연속 세이브를 성공시켰다. 후반기들어 KIA가 역전패가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4경기의 한 점차 승부를 지켜내며 상승세를 든든히 밀어주었다. 전반기 한기주의 블론세이브 8개로 부실했던 KIA의 뒷문이 단단해졌다. 32살에 늦깎이 소방수로 나선 유동훈 진화의 이유는 명품커브에 있다. 타자들이 알고도 못칠 정도로 휘는 각도와 변화의 폭이 넓어졌다. 주무기인 싱커와 함께 던지기 때문에 상대타자들은 속수무책이다. 옆으로 휘고 밑으로 떨어지는 변화구에 무력화되고 있다. 그 성장의 이면에는 이강철 투수코치가 자리하고 있다. 원래 유동훈의 커브는 각이 밋밋한 편이었다. 한때 최고 139km짜리 싱커를 던졌기 때문에 커브가 그다지 필요 없었다. 그러나 3년간의 공백을 딛고 복귀한 뒤 '커브의 달인' 이강철 투수코치를 만나 명품커브를 배웠다. 그런데 단순한 원포인트였다. 바로 홈플레이트를 적절히 사용하는 기술이었다. 유동훈은 홈플레이트 1루쪽 끝을 밟고 볼을 던졌다. 그러나 이강철 코치의 조언대로 3루쪽으로 반족(10cm~15cm)정도 옮겼다. 커브의 각을 크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예전에는 오른손타자의 바깥쪽에서 살짝 휘어졌다면 이제는 몸쪽에서 바깥쪽으로 휘어지는 각이 만들어졌다. 이강철 코치는 "홈플레이트 1루쪽 끝에 서 있었다면 3루쪽으로 옮기면서 각이 커졌다. 임창용처럼 커브의 각이 작았지만 이제는 승부구로 쓸 정도로 좋아졌다. 요즘 결정구로 김상훈(포수)이 많이 요구하고 있다. 특히 옆으로 휘면서도 위로도 떠오른다. 이 때문에 타자들이 알고도 헛스윙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전히 싱커(예전에서 139km까지 나왔다)가 주무기이지만 지금은 커브까지 던지니까 타자들이 괴로울 것이다. 여기에 제구력이 좋다. 그리고 지난 3년동안 공백을 딛고 스스로 자신을 믿지 못했지만 올해 자신감이 좋아졌다. 경험까지 쌓여 이제는 쉽게 공략하기 힘든 볼을 던진다"고 치켜 세웠다. 유동훈은 선동렬 삼성감독이 해태시절 세운 '방어율 0점대-20세이브'에 도전하고 있다. 지금같은 추세라면 가능성은 농후하다. 의미있는 기록달성 뿐만 아니라 그의 어깨에 팀의 가을운명이 달려있다. 한국시리즈 직행, 그리고 대망의 V10을 달성의 절대수호신으로 활약을 기대받을 만큼 비중이 커졌다. sunny@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