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 아픈 거는 아픈 것도 아니에요". 올 시즌 개막 이후 한 달 내지 한 달 반 정도의 변화기를 반복하고 있는 김현수(21. 두산 베어스). 갑작스러운 선구안 저하 현상을 보이며 고전 중인 그의 9월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올 시즌 3할4푼8리(공동 4위, 1일 현재) 20홈런 89타점을 기록하며 두산 타선의 중추로 확실히 자리매김한 김현수지만 최근 페이스는 다소 불안한 상황이다. 1일 한화 전서 4-3으로 승리하기 전까지 팀이 5연패 수렁에 빠져 있던 기간 동안 김현수는 볼넷을 단 한 개도 얻어내지 못했다. 이 과정서 김현수는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나는 공에도 방망이를 휘두르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었다. 1일 경기서 3회말 좌익수 희생 플라이로 1점을 더하는 순간 김현수가 때려낸 볼은 포수 이도형(34)이 일어서서 받으려던 유인구를 밀어친 것이었다. 8회 구대성(40)의 바깥쪽으로 흘러가는 슬라이더에 헛스윙 삼진을 당하기도 한 김현수다. 김현수의 배팅을 유심히 지켜보던 한 야구인은 "존을 벗어나는 공에도 배트를 휘두르고 있다. 힘이 있어 안타는 만들어 낼 수 있겠지만 자신이 원하는 좋은 타구가 나오기 어려운 스윙이다"라고 이야기했다. 김현수는 기본적으로 자신의 스트라이크 존을 머리 속에 그려넣은 뒤 스윙을 하던 타자다. 사실 김현수의 현재 몸 상태도 썩 좋은 편은 아니다. 갑작스러운 봉와직염 증세로 인해 결장을 거듭 중인 김동주(33)를 대신해 4번 타자로 나서고 있으나 그 또한 팔로 스윙 시 힘을 끝까지 뻗어가는 오른 손등 쪽에 통증을 느끼고 있다. 지난 8월 30일 잠실 KIA전서는 자신이 친 파울 타구에 무릎을 강타당하기도 했다. 자신이 느끼는 책임감을 100% 위력으로 발휘하기는 어려운 상황. 부상 부위가 괜찮아졌는지에 대해 묻자 김현수는 "이 정도 아픈 것은 아픈 것도 아니다. 풀타임 시즌을 치르다보면 여러가지 잔부상이 있게 마련이다. 내 역할을 충실하게 해내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의연함을 표시했다. 김현수는 매달 다른 모습을 보여준 타자다. 4월에는 삼진이 다소 많은 모습을 보여줬으며 5월에는 왼손 투수를 상대로 고전했다. 오른쪽 쇄골과 어깨 부위에 통증을 호소하던 6월에는 의도적으로 어깨를 덜 쓰고 팔스윙에 힘을 가하는 스윙으로 타석에 나서며 지난해와 비슷한 타격을 보여주었고 이 모습은 7월에도 이어졌다. 8월 중순까지 신중하게 자기 공을 기다리는 자세로 나서던 김현수는 갑작스러운 선구안 난조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비디오 분석과 특타 등을 통해 단점을 점검, 보완 중인 만큼 현재 상태에 압박감을 갖지 않겠다는 마음이 전해졌다. 경기를 거듭하면서 시기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김현수. 연패에서 가까스로 벗어난 팀의 대반전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요소' 김현수가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farinell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