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는 선수를 위한 거 아닌가요? 도대체 누구를 위한 FA 인줄 모르겠습니다. 뼈빠지게 FA 자격을 따면 뭐하고, 계약을 하면 뭐하나요. 다시 FA가 되는건 사실 기약할 수 없잖습니까".
이름만 말하면 누구나 알 수 있는 한 선수의 변은 사실 e스포츠 사상 첫 FA의 현실을 그대로 말해줬다. 5시즌 동안 시즌 경기의 25%이상을 출전하는 것에 대한 불만보다는 다시 FA 자격을 얻는데 걸리는 5시즌이라는 현실이 말도 안된다는 주장이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e스포츠 사상 첫 FA가 지난달 31일 막을 내렸다. 이제동 김택용 송병구 등 총 39명의 FA 대상자들이 저마다 꿈을 안고 FA 협상에 나섰지만 은퇴를 결정한 안상원을 제외한 전원이 원소속 프로게임단에 잔류했다.
39명의 FA 대상자들도 그렇지만 FA 자격 취득을 기다리는 선수나 팬들 모두 불만이 가득한 FA였다. FA는 Free Agent의 약자로 자유 계약을 의미하지만 이번 FA는 전혀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 그 골자였다.
대상자들의 계약이 일부 공개된 것에 대한 불만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선수에 대한 안전장치가 너무 미약했다는 불만이 여기저기서 뛰어나왔다.
우선적으로 왜 다시 FA 재취득까지 5시즌이나 걸리냐는 불만이었다. 특히 계약조건을 미공개하기 때문에 선수가 계약 만료후 당할 수 있는 불이익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는 것. 예를 들어 2년간 총액 2억에 계약한 선수가 이듬해에 비슷한 성적을 내고 반값에 계약을 해야 할 경우 선수들은 무조건 도장을 찍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못지 않은 불만은 선수에게 팀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없다는 데 있었다. 선수의 의사는 단지 거부권만 행사할 수 있을 뿐 선수 본인에게 직접적으로 팀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자체를 없앤 것은 오류라는 것이 선수들의 주장이었다.
선수들의 불만이 가득했지만 팀들의 불만 역시 만만치 않았다. FA 협상 자체를 한국e스포츠협회를 통해 할 수 있다는 원리로 인해 원하는 선수들의 의사를 정확하게 타진하지 못해 FA 신청을 하기 망설여졌다는 것. 타프로게임단 응찰 기간이라면 선수들과 접촉을 해봐야 몸값이라든지 선수의 의지를 알 수 있는데 전혀 그럴 수 없는 상황서 도박을 할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팬들 또한 적극적으로 이번 FA제도에 대한 비난을 가했다. 열성팬들은 '이지눈'이라는 사이트를 개설해 FA에 대한 적극적인 문제 해결을 요구할 정도였다.
한 전문가는 "이번 FA를 통해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나왔다.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할 점은 철저하게 보완해서 차기 시즌이 시작하기 전에 분명하게 FA방침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까지 한국e스포츠협회가 처리한 사안을 보면 주먹구구식이 많았다. 시즌이 시작하기 전에 나와야 하는 방침들이 시즌 중에 바꾸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협회의 정책이 이번 FA서 잡음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번 FA를 통해 누구를 위한 것인지의 책임 소재보다는 차기 FA 부터는 두 번 다시 잡음이 들리지 않았으면 하는 기대를 해본다.
OSEN 고용준 기자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