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감독이 KIA와 비교한 해태 마운드, 어땠길래
OSEN 기자
발행 2009.09.02 14: 06

"옛날 해태 같은 투수들을 잔뜩 보유했다". 페넌트레이스 3년 연속 우승을 노리는 김성근(67) SK 감독이 선두 KIA를 보면서 해태시절 마운드를 떠올렸다. 김 감독은 1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히어로즈와의 원정경기에서 앞서 5.5경기차로 독주하고 있는 KIA 마운드를 거론하며 "전성기 시절 해태 같은 투수들을 잔뜩 보유하고 있다"며 "투수들이 남아돈다. 곽정철 등 남는 투수 1~2명 잠시 빌려 쓰고 싶다"고 농담을 섞어 감탄했다. 특히 김 감독은 지금의 KIA 마운드를 해태시절과 비교했다. 딱히 한 시즌을 거론하지 않았다. 하지만 "선동렬, 조계현, 송유석, 이강철, 김정수 등의 이름을 거론한 만큼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머쥔 1980년대 후반을 포함해 9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시기를 언급하는 듯 했다. 그렇다면 당시 해태 마운드는 어땠을까. 프로원년인 1982년부터 2000년까지 19년 동안 존재한 해태는 김응룡 감독이 지휘권을 잡은 첫 해인 1983년 한국시리즈를 처음으로 제패했다. 그러나 이상윤과 김용남이 각각 20승과 13승으로 특출났고 잠수함 투수 주동식이 7승, 강만식이 6승으로 뒤를 받쳐 지금의 숫적 질적 우위를 보이고 있는 KIA와 비교될 정도는 아니었다. 본격적인 '왕조'를 이룬 것은 '국보투수' 선동렬이 2년차가 되던 1986년부터였다. 이 해가 바로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정상의 서막이었다. 첫 다승왕에 오른 선동렬(24승)을 비롯해 차동철(10승), 이상윤(10승) 3명의 10승 투수를 보유했고 김정수(9승), 문희수(7승)가 맹활약했다. 결국 김시진-이만수 배터리를 이룬 삼성을 4승 1패로 눌러 두 번째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해태는 1987년 선동렬만이 14승으로 두자리수 승수를 올렸지만 김대현이 뒤를 받쳤고 한국시리즈에서 차동철, 김정수, 문희수 등이 빛났고 삼성을 상대로 4연승, 두 번째 정상을 차지했다. 빙그레를 상대로 우승한 1988년에는 선동렬과 이상윤이 16승씩을 합작했고 차동철(10승)이 3선발 임무를 충실히 소화했다. 역시 빙그레를 물리친 1989년에는 두 번째 다승왕을 차지한 선동렬(21승)과 이강철(15승)을 중심으로 신동수(9승), 조계현(7승), 문희수(6승)가 활약했다. 1990년 2년 연속 다승왕 선동렬(22승) 이강철(16승) 조계현(14승)에 김정수(6승), 1991년 3년을 연속해서 다승왕에 오른 선동렬(19승) 이강철(15승) 신동수(14승) 송유석(11승) 4명이 두자리 승수를 올렸다. 아이러니하게도 1992년에는 선동렬(2승)이 좋지 않은 대신 이강철(18승) 김정수(14승) 조계현(10승) 신동수(13승) 문희수(10승) 5명의 10승 투수를 보유했다. 1993년에는 6명이 10승 투수였다. 조계현(17승)을 비롯해 송유석(11승) 선동렬 김정수 이강철 이대진(이상 10승)이 그들이었다. 선동렬이 본격 마무리로 돌아선 1994년에는 조계현(18승), 이강철(12승), 송유석(10승)이 10승을 올렸다.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된 1995년은 이대진(14승) 송유석, 이강철(이상 10승)을 거뒀다. 이어 현대를 꺾고 8번째 우승을 안은 1996년은 선동렬이 일본으로 진출해 없었지만 조계현 이대진(이상 16승) 이강철(10승)이 이 자리를 메웠다. LG를 상대로 우승한 1997년은 이대진(17승) 이강철(11승) 프로 3년차 임창용이 14승으로 기세를 올렸다. 이렇게 따지면 김성근 감독이 언급한 지금의 KIA가 해태시절과 가장 가까운 시즌은 10승대 투수가 득실했던 1991년부터 1993년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빙그레를 4연승을 누르고 6번째 우승을 안은 1991년과 삼성을 4승 2패 1무로 꺾고 7번째 우승 감격을 겪은 1993년에 가깝다. 1992년은 5명의 10승 투수를 보유했지만 플레이오프에서 롯데에 패해 한국시리즈 진출이 좌절됐다. 하지만 김 감독은 "숫적으로 따지면 오히려 지금의 KIA가 당시의 해태를 능가한다"고 말해 눈앞에서 선전을 펼치는 제자 조범현 감독의 KIA 마운드를 더 높게 평가한 셈이다. 물론 이런 비교 평가는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른 후에서야 더 빛을 발한다. letmeout@osen.co.kr 한국야구위원회(KBO) 사진연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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