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스윙을 찾았다". 프로 8년차 '쿨가이' 박용택(30)이 타격의 경지에 올랐다. 김재박(55) LG 감독은 2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히어로즈와의 원정경기에 앞서 박용택에 대해 "그동안 자기 스윙을 찾지 못했는데 올해는 그것을 찾은 것 같다"며 "여러 면을 볼 때 박용택은 올해 타격에 완전히 눈을 떴다. 이제 한 단계 올라선 타자가 됐다"고 높게 평가했다. 박용택은 2일 현재 3할6푼9리의 시즌 타율로 롯데 홍성흔(.374)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갈비뼈 부상으로 개막 엔트리에서 빠져 거의 한 달 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한 핸디캡을 떠안은 활약이다. 득점 1위(84득점) 출루율 7위(.418) 장타율 3위(.589) 최다안타 2위(149개)로 김 감독의 말처럼 타격 전반에 걸친 기록을 선보이고 있다. 타격 페이스도 기복이 없다. 전반기를 3할7푼1리로 마쳤던 박용택은 후반기에도 이 타격 페이스를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다. 월별 타격만 봐도 7월에 3할4푼6리를 기록한 것이 가장 낮을 정도다.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친 OPS가 1.007로 LG 페타지니(1.055), 김동주(1.030), 김현수(1.016)에 이은 4위다. 이날도 박용택은 선제 투런포 포함 4타수 2안타를 쳐냈다. 홈런과 단타를 쳐내 상황에 맞는 타격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해보였다. 이 18호 홈런으로 자신의 한 시즌 최다홈런 기록 행진을 이어갔을 뿐 아니라 17개 도루를 보태 20(홈런)-20(도루) 클럽 가입 가능성을 한층 높였다. 이에 김 감독은 "우선 스윙이 간결해졌다. 그동안 타격폼의 변화가 심했는데 올해는 짧게 끊어치기 시작하면서 시즌 전체 동안 스윙폼을 안정되게 유지하고 있다"고 박용택의 타격을 평가했다. 또 "볼을 구분할 줄 알게 됐다. 스트라이크와 볼을 구분하는 선구안은 가지고 있었지만 유인구에 몸이 따라나가 폼이 무너졌다"고 그동안의 박용택을 돌아 본 김 감독은 "그런데 올해는 이런 점이 고쳐졌다. 삼진수가 적은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장타를 치겠다는 욕심을 줄인 것도 좋은 선구안으로 연결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김 감독은 박용택의 성실성에 큰 점수를 매겼다. "올해 안된다고 해도 꾸준하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열심히 훈련에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정신력과 집중력이 생긴다. 그러다 보면 결국 어느 순간 눈을 뜨게 된다"며 "보이는 데서만 해서는 절대 자기 한계를 뛰어넘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지난 3년 동안 봐온 박용택은 누구보다 성실하고 꾸준하게 훈련해왔다. 자신감은 항상 충만해 있다"고 박용택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에 박용택도 "내가 생각해도 정말 타격에 눈을 뜬 것 같다"고 웃으며 농담을 한 뒤 "스윙 매커니즘을 바꾼 것이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박용택은 "타격 포인트를 점에 두지 않고 선에 두다보니 방망이를 끌고 나오는 과정에서 공을 맞힐 수 있는 범위가 넓어졌다"며 "이는 어떤 투수를 상대로도 타석에서 여유를 갖게 해준다. 볼카운트가 몰려도 느긋하게 하나 더 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고 스스로 해석했다. 특히 박용택은 "오로지 기술적인 변화 말고는 달라진 것이 없다. 전적으로 기술적인 부분의 변화 덕분"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는 이진영을 FA로 영입함에 따른 팀내 경쟁의식이 올해 성적에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냐는 시각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다. 박용택은 이미 스프링캠프 때부터 지금까지 이런 질문에 시달렸다. 기본적으로 높게 평가받고 있는 타격 자질에 비해 그동안 기대에 미치지 못한 이유가 '스타성에 젖어 나태하게 운동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내용이었다. 박용택은 그 때마다 "한 번도 훈련을 게을리 한 적이 없다. 절대 정신적으로 나태하지 않다"고 항변해왔다. 결국 박용택은 실력과 더불어 김 감독의 칭찬을 통해 이 모든 굴레를 벗어던질 수 있게 됐다. 박용택이 빛 바랜 팀 성적 대신 타격왕으로 LG의 자존심을 지켜낼 지 궁금하다. letmeou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