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를 남긴 홍상삼의 '계투 실패'
OSEN 기자
발행 2009.09.04 07: 36

"구위는 분명 좋지만 아직 배우는 녀석이잖아. 1군 개막 엔트리에 넣기는 어렵지". 시범경기를 마치고 잠실 구장서 2009시즌을 준비하던 시기. 김경문 두산 베어스 감독은 한 2년차 우완에 대해 질문하자 이렇게 답했다. 시범경기 6경기에 등판해 6⅔이닝 동안 6개의 탈삼진을 잡았으나 4개의 피홈런을 기록한 투수에 관련한 이야기였다. 김 감독이 언급한 투수는 올 시즌 선발 9승(3일 현재)을 거두며 팀에 없어서는 안될 투수로까지 성장했다. 1군 데뷔 첫 해에 올스타전까지 출장하는 기염을 토하며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떠올랐던 우완 홍상삼(19)의 이야기다. 5월 이후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다 8월 이후 페이스가 뚝 떨어지며 고전하던 홍상삼은 지난 3일 잠실 SK전서 데뷔 후 처음으로 계투 출장에 나섰다. 홍상삼은 3-1로 앞선 6회초 무사 2루서 마운드에 올랐으나 안경현(39)에게 좌중월 동점 투런을 내주는 등 ⅓이닝 2피안타(1피홈런, 사사구 1개) 3실점하며 패전 투수가 되었다. 시즌 5패 째에 평균 자책점 또한 5.00까지 치솟았다. 최근 5경기서 3패만을 떠안은 홍상삼은 15이닝 동안 7개의 홈런을 내주며 부쩍 구위가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그의 직구는 여전히 140km대 후반을 스피드건에 새기며 13개의 탈삼진을 기록했으나 상대가 치기 좋은 코스로 공이 날아갔다. 그나마 가장 최근 2경기서는 탈삼진이 단 한 개도 없었다. 이는 첫 풀타임 시즌을 맞는 홍상삼의 구위가 어느새 뚝 떨어졌음을 증명하는 한 단면이다. 원래 그는 허리 원심력이나 하체가 바탕이 되는 투구폼이 아니라 빠르게 왼발을 내딛은 뒤 그 반동으로 팔스윙을 빠르게 하는 투구폼을 지니고 있다. 주자 출루 셋 포지션 시 동작이 빨라지는 장점이 있으나 투구 축이 되는 왼다리가 상체를 제대로 지탱하지 못하면 이는 제구력을 흔들리게 만든다. 홍상삼의 경기서는 윤석환 투수코치가 다른 투수의 경기에 비해 자주 마운드에 올라가거나 포수가 바운드되는 공을 몸을 던져 막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모 구단의 전력 분석원은 "홍상삼의 왼무릎은 공을 놓을 때 다른 투수들에 비해 많이 구부러지는 편이다. 어깨는 분명 좋지만 하체가 튼실하지는 않다는 증거"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선수 본인 또한 그에 대해 잘 알고 있다. 홍상삼은 '왼 무릎이 구부러진다'라는 이야기를 귀띔하자 "나 또한 그에 대해서 알고 있다. 등판 일정이 없는 날에는 하체 강화 훈련을 통해 더 좋은 모습을 보이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시즌 중 투구폼을 바꾸는 것이 엄청난 모험임을 알고 있는 만큼 현재 투구폼을 그대로 가져가면서 하체 힘을 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말. 시범경기서 연신 홈런을 내주던 유망주는 시즌 개막 후 1달 간 2군서 기량을 연마한 뒤 최고 152km의 묵직한 직구를 뿌리는 투수가 되어 9선발승을 거뒀으나 점점 한계점을 비추고 있다. 여름을 나면서 부진한 투구를 연일 보여주며 '아홉수'를 떨치지 못하고 있는 홍상삼이 남은 시즌 동안 '반전'에 성공할 것인지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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