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즈, '직설법과 역설법' 상반된 4강 열망
OSEN 기자
발행 2009.09.04 13: 46

"꼭 나가야죠" VS. "못 나갈 것 같은데". 4강 언저리를 계속 맴돌고 있는 히어로즈. 히어로즈는 3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한화전에서 4시간 25분에 걸친 혈투 끝에 7-6으로 무릎을 꿇었다. 이로써 4위 롯데에 1.5경기, 5위 삼성에 1경기차로 각각 멀어졌다. 히어로즈 입장에서는 잡힐 듯 잡힐 듯 잡히지 않고 있는 롯데와 삼성이다. 하지만 롯데와 삼성이 잘하고 있어서라기보다 히어로즈가 스스로 주춤거리고 있기 때문에 더 답답하다. 김시진 감독도 멀게 느껴졌던 4강 진입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데 대해 "우리가 잘해서라기보다 롯데와 삼성이 못하는 바람에 그렇게 됐다"고 인정할 정도다. 하지만 창단 2년차를 맞이하고 있는 히어로즈 선수들은 그 어느 때보다 4강에 대한 열망이 간절하다. 구단 역사는 이제 막 시작 단계지만 선수 면면은 우승경력만 4번인 현대 유니콘스 선수들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젊은 선수들이나 베테랑 할 것 없이 이기고자 하는 의욕이 경기가 끝날 때까지 넘쳐 흐른다. 하지만 젊은 선수들과 베테랑의 4강 진출에 대한 표현법은 상반된다. 이들에게 4강 가능성을 물으면 젊은 선수들은 그 바람을 직설적으로 드러내는 반면 베테랑은 오히려 이 같은 의지에 찬물을 끼얹는 식이다. 예를 들어 강정호, 황재균, 이보근 등 젊은 주축 멤버들은 "꼭 4강에 들고 싶다. 가을잔치를 경험하고 싶다. 그래야 일본 갈 기회가 생기지 않겠나"라며 포스트시즌에 대한 강한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 그런데 정작 베테랑들은 이런 말에 콧방귀다. '주장' 송지만은 경기 전 덧아웃에서 다들 들으라는 듯 "히어로즈가 4강에 갈 수 있을 것 같냐"면서 "나는 못간다고 본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이숭용 역시 마찬가지. "그렇게 쉽게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면서 젊은 선수들의 기를 팍팍 꺾어 놓는다. 다소 의아한 장면의 연속이었다. 기를 북돋워줘도 시원찮을 판인데. 이에 팀의 중간 선참급인 김일경이 오해 풀기에 나섰다. "베테랑들도 당연히 포스트시즌에 나가고 싶어한다. 왜 안그렇겠는가. 하지만 젊은 선수들이 4강에 대한 기대가 너무 강하다보니 자꾸 몸에 힘이 들어간다. 게다가 조금이라도 뜻대로 안풀리면 반대 급부로 그 만큼 빨리 포기하고 지쳐버린다. 또 다른 측면으로는 히어로즈가 4강 진출 의지가 없다는 소문을 퍼뜨려서 롯데와 삼성 선수들로 하여금 방심하게끔 하려는 의도도 있다." 이 말에 현대 유니폼을 입고 8번이나 포스트시즌을 경험한 이숭용도 웃으며 "가을에 야구하는 것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8팀 중 4팀이 나간다지만 기회가 매번 오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올해 우리 팀은 한 팀도 아니고 두 팀이나 떨어뜨려야 가능한 상황이다. 벅찬 상황인 만큼 선수들이 부담을 가지지 않아야 경기를 잘 풀어갈 수 있다. 특히 어린 애들은 더욱 그렇다. 쉽게 흥분하고 가라앉기 때문에 이렇게 기를 죽여놓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송지만도 "이렇게 자극해야 더 하겠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가을에 야구하고 싶어하지 않는 프로야구 선수가 어디 있겠나"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히어로즈 내야의 중심인 강정호와 황재균은 포스트시즌을 직접 경험한 적이 없다. 루키시절이던 2006년 현대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지만 엔트리에서 제외돼 그저 구경만 해야 했다. 신인 투수 강윤구나 올해 비로소 인정받은 이보근 등은 말할 것도 없다. 사실은 한 번 맛을 본 고참들이 어린 선수들보다 더 포스트시즌 진출에 대한 의지와 열망이 강하다. 그러나 조용히 경기장에서 보여주고 있다. 송지만은 기습번트나 도루를 보여주고 있고 이숭용은 스트라이크존에 대해 주심에게 어필할 정도로 공 한 개 한 개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히어로즈 어린 선수들은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베테랑의 존재감을 확실히 느끼면서 가을잔치에 대한 열의를 다지고 있는 셈이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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