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이 원하는 투구가 개인의 목표로 이어진 뜻깊은 경기였다. '써니' 김선우(32. 두산 베어스)가 국내 복귀 두 번째 시즌 만에 시즌 10승 달성에 성공했다. 지난 4일 광주 KIA전에 선발로 등판한 김선우는 7⅔이닝 동안 5피안타(탈삼진 7개, 사사구 3개) 3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10승(8패, 5일 현재) 달성에 성공했다. 이 날 투구로 김선우는 올 시즌 133⅔이닝을 기록하며 시즌 총 규정 이닝(133이닝)까지 돌파했다. 특히 그동안 취약한 선발진으로 인해 고전해 왔던 두산 소속 투수로 선발 10승을 거뒀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었다. 2005년 11승 3패 평균 자책점 2.96을 기록했던 박명환(32. 현 LG) 이후 팀 내 국내 선발 투수로는 처음으로 밟은 10승 고지였다. 김선우는 팀 국내 선발 투수로도 3년 만에 규정 이닝을 채웠다. 지난 2006년 이혜천(30. 현 야쿠르트)이 142이닝을 던진 이후 지난 2시즌 동안 두산은 외국인 선발 투수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었던 팀이다. 올 시즌은 달랐다. 시즌 개막 직전 어이 없는 허리 부상으로 퇴출된 맷 랜들(32)이 떠난 이후 두산 유니폼을 입은 후안 세데뇨(26)와 크리스 니코스키(36)는 각각 3승을 거두는 데 그치며 팀 선발진에 힘을 보태지 못했다. 김선우의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던 2009년이었다. 그의 올 시즌 활약이 기대치에 걸맞았다고 보기는 힘들다. 김선우의 올 시즌 피안타율은 2할9푼2리에 이닝 당 주자 출루 허용률(WHIP) 또한 1.47로 좋은 편이 아니다. 커브, 체인지업 등 완급 조절 구질보다 패스트볼 계열의 공을 주무기로 활용하는 스타일인 만큼 맞아 나가기 시작하면 대량 실점으로 이어지는 경기도 종종 있었다. 그러나 4일 경기서 김선우는 김상현(29)에게 2회 솔로포와 7회 투런을 허용했을 뿐 5명의 선발 타자를 무안타로 묶으며 호투했다. 8월 하순부터 극심한 투타 불균형과 타격 집중력 저하로 인해 3위(64승 2무 52패)까지 떨어진 두산이었으나 김선우가 후반기 들어 상승세를 타기 시작하며 또 한 번의 반전 기회를 맞을 수 있게 되었다. 7⅔이닝을 소화한 덕분에 임태훈(21)을 제외한 계투진 또한 꿀맛 같은 휴식을 취했다. 경기 후 김선우는 "생일을 맞아 팀에 좋은 선물을 한 것 같아 기쁘다"라며 "스플리터가 잘 구사되었고 왼손 타자를 상대로는 컷 패스트볼을 앞세운 것이 주효했다. 포스트시즌서 KIA를 만나도 충분히 잘 할 수 있다"라는 말로 자신감을 비췄다. 올스타 휴식기서 시즌 목표에 대해 묻자 '10승'이라고 답한 뒤 "그 정도는 해둬야 개막 선발로서 체면이 서는 것 아닌가"라며 웃었던 김선우. 자신의 1차 목표를 넘어선 그가 앞으로 더 나은 목표를 위해 어떤 발걸음을 보여줄 것인지 더욱 궁금해진다. farinell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