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밤 안방극장이 영 불편하다. 브라운관을 오가는 고성이 시청자들의 눈살까지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편안해야 할 주말 밤이 드라마 속 빈번한 등장인물간의 싸움 장면과 폭언 등으로 얼룩져 우려를 사고 있는 요즘이다.
대표적인 케이스로는 KBS 2TV 주말연속극 '솔약국집 아들들'(이하 솔약국집)과 SBS 주말기획 '스타일'을 들 수 있다.
'솔약국집'은 지난 5일 방송분에서도 여전히 대풍(이필모 분)과 복실(유선 분) 사이의 지루한 설전을 내보냈다. 두 사람은 대풍이 취직한 병원에서 홀연히 잠적했던 복실과 재회하게 된 후, 거의 매회 싸움을 하고 있다. 싸움의 이유는 '복실이 말없이 종적을 감췄었다', '병원장 딸이면서 의사인 복실이 신분을 위장해 배신감을 느꼈었다', '대풍의 횡포와 이기적인 면이 지겹다', '들키고 싶지 않은 치부(과거사)를 캐내고 자꾸 사생활을 간섭해 들어온다'는 등 두 사람의 입장에서 여러 가지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원천적으로 '사랑'하고 있는 두 사람이 표면적으로는 결합하지 않으면서 자꾸만 갈등을 빚는 모양이 억지스럽다는 반응이다. 필요 이상의 싸움과 작위적인 갈등의 반복은 설득력을 잃은 지 오래됐다. 나오기만 하면 얼굴을 붉히고 소리를 지르거나 거칠게 밀고 당기는 대풍-복실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지루함과 부담감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
또 5일 방송분에서는 갑작스레 정희(고정민 분)와의 결혼을 거부하고 수진(박선영 분)을 택한 아들 진풍(손현주 분)의 행동에 기가 막힌 진풍 母 옥희의 노발대발하는 모습도 그려졌다. 억장이 무너지는 부모의 마음이야 극의 정황상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었지만 비속어를 남발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마구잡이로 진풍을 때리던 옥희는 결국 시아버지(변희봉 분)에도 거침없는 막말을 던져 거북함을 안겼다.
그런가하면 '스타일'은 더 가관이다. 네 남녀 주인공이 말도 안 되고 이해도 안 가는 이유로 당혹스러운 싸움판을 만들고 있다. 우선 박기자(김혜수 분)와 서우진(류시원 분)은 '솔약국집'의 대풍-복실 커플 마냥 매회에 걸쳐 그것도 수차례씩 싸우고 있다. 마치 철천지원수처럼 온갖 독설을 퍼부으며 으르렁대는 두 사람은 헤어졌다가도 금세 다시 만나 또 싸우기를 반복하고 있다.
또 다른 앙숙 서우진과 김민준(이용우 분)도 만나기만 하면 서로 핏대를 세운다. 박기자를 짝사랑하는 듯한 설정의 김민준은 그녀와 붙어있는 서우진에 질투와 경쟁심을 느낀다. 서우진 역시 박기자를 향한 김민준의 마음을 알지만 자신에게 막 대하는 그를 곱게 볼 리 없다. 툭하면 멱살잡이를 하거나 서로의 자존심을 깔아뭉개기에 혈안이 된 남자들이다.
이 밖에도 이서정(이지아 분)은 초보 에디터라는 말단 직급에도 불구 상사인 박기자에게도 눈을 부라리며 대들거나 선배인 김민준에게도 언성을 높이며 불편한 것을 털어놓는 당돌한 인물로 나온다. 시청자들은 이러한 이서정 캐릭터에 대해 '현실성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저렇게 마음 내키는 대로 내지르는 말단 직원을 까칠한 편집장과 상사들이 살려두는 설정에도 모순이 있고 실제 현실에서는 일어나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싸움판으로 변해버린 두 드라마에 시청자들의 외면도 시작됐다. '스타일'은 5일 방송분 시청률이 자체최저시청률을 기록하며 시청자들의 반감을 입증했다. 설득력 없는 갈등구조와 공감을 사지 못하는 캐릭터들이 빚어낸 결과다.
'솔약국집'은 단순한 시청률 기록에서는 단연 톱을 달리고 있는 게 사실이다. 대박을 냈던 SBS 주말드라마 '찬란한 유산'이 종영한 후 줄곧 주말극 정상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시청률이 소위 국민드라마로 등극했던 '찬란한 유산'만큼 오르지 못하는 것은 분명 억지 설정과 도 넘은 갈등의 반복에 그 원인이 있다. 가족을 소재로 한 만큼 소소한 재미와 훈훈한 감동이 공존해야할 드라마가 후반부로 갈수록 자극적인 싸움신만 자주 나오니 국민드라마가 될 자질은 부족한 셈이다. '착한드라마'로 사랑받았던 '찬란한 유산'의 전적이 시사한 바를 되짚어봐야 할 것이다.
반면 MBC '탐나는 도다'는 시청률에서는 최하위이지만 억지스러운 갈등이나 싸움과는 거리가 먼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또 5일 첫 방송을 시작한 MBC '보석비빔밥' 역시 유쾌한 홈드라마라는 첫 평가를 얻으며 향후 전개에 관심이 모아지게 한다. 과연 주말 밤 안방극장이 편안하면서도 훈훈한 시간으로 장식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issu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