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습니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전북 현대는 지난 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9 K리그 22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와 경기서 4골을 몰아치며 4-2로 역전승을 거두었다. 이날 승리로 전북은 홈 연속 무승행진을 5경기서 끊고 승점 38점으로 2위를 고수, 선두 탈환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전날 호주와 평가전에 45분간 선발 출장했던 이동국(30)은 경기 출전이 예상됐다. 경기 전 최강희 감독은 다급한 팀 사정 때문에 이동국을 후반에 출전시키겠다는 의중을 나타내기도 했다.
결국 이동국은 후반 8분 2-1로 앞선 상황에서 2골을 뽑아냈던 이현승(22)과 교체됐다. 컨디션 점검차 나섰던 이동국이 투입되자 제주는 2분 후 조형재가 동점골을 터트렸다.
최근 홈에서 열린 5경기서 승리가 없었던 전북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이동국이 있었기 때문. 투입 후 적극적인 움직임을 선보이던 이동국은 재역전골의 일등공신이 됐다.
교체 투입된 브라질리아가 상대 진영 왼쪽에서 문전으로 올린 크로스를 이동국이 헤딩슈팅으로 연결했지만 상대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하지만 이를 루이스가 가볍게 차 넣으며 다시 경기를 뒤집었다.
이동국의 감각적인 헤딩슈팅은 사실상 골과 비슷했다. 만약 그의 움직임이 아니었다면 반대쪽으로 흘러 갔을 상황. 하지만 K리그 득점1위 답게 기회를 놓치지 않고 머리를 가져다 댄 것.
경기가 끝난 후 라커룸으로 들어가며 이동국은 웃음을 지었다. 팀 승리와 함께 컨디션이 상승되어 있다는 반증. 올 시즌 초반 전북으로 이적했을 때 이동국의 얼굴은 그리 밝지 않았다. 책임감과 함께 선수로서 인정을 받아야 하는 부담감이 많았기 때문.
그러나 점차 골이 늘어남과 동시에 경기력이 동반 상승했다. 대표팀에 복귀해 지난달 12일 파라과이와 평가전을 치를 때까지만 해도 비장함이 돋보였다. 하지만 이제는 부담감을 훌훌 털어버린 모습이었다. 그는 경기가 끝난 후 "피곤하기는 하지만 전혀 이상없습니다. 팀이 이긴 게 너무 기쁘네요"라며 경기를 즐긴 얼굴을 했다.
지난 1998년 프로에 데뷔해 곧바로 프랑스 월드컵에 출전했을 때도 그의 얼굴은 밝았다. 하지만 부상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으면서 해맑은 얼굴을 잊어버렸다. 미들스브러 진출 후 계속된 부진의 터널을 전북서 벗어난 이동국은 다시 축구를 즐기게 되면서 새로운 상승세를 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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