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울산, 박린 기자] 비록 졌지만 더 없이도 소중했던 은메달이었다. 서정희(청원구청) 석지현(한국체대) 권오향(울산남구청)으로 구성된 여자 양궁 컴파운드(리커브 활과 달리 도르래와 조준기가 2개 부착됨) 대표팀은 8일 오후 울산 문수국제양궁장서 열린 제45회 세계양궁선수권대회 8일째 결승전서 러시아에 209-215로 패해 은메달을 땄다. 대학과 실업선수를 합쳐도 18명에 불과한 한국은 2004 아테네 올림픽 이후 치러진 양궁월드컵 대회서만 금메달 7개를 따낸 강호 러시아를 맞아 선전했다. 특히 한국은 아쉽게 패했지만 경기 내용은 극적인 드라마 그 자체였다. 컴파운드는 각 엔드(1엔드~4엔드)마다 3명의 선수가 돌아가며 2발씩 쏘는 방식. 한국은 2엔드까지 113-105로 앞서며 금메달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하지만 한국은 3엔드 5번째 화살을 쏘는 과정서 서정희와 석지현이 교대 규칙을 위반했다. 서정희가 활을 쏘고 라인 밖으로 나오기 전 석지현이 들어간 것. 석지현은 화살을 빼고 라인 밖으로 나와서 다시 들어가야 하는 상황서 경고를 받았고 이후에도 대기지역으로 들어올 때 화살을 빼 전통에 넣은 상태로 들어서야하는 규칙을 어겨 두어차례 대기지역과 발사지역을 오가며 20초 가량을 소모했다. 이후 시간이 쫓기던 권오향은 2초를 남기고 0점인 오발탄을 쏴 156-159로 역전을 허용한 채 마지막 엔드를 맞아야 했다. 흔들린 한국은 4엔드서 54점을 쐈고 러시아는 56점을 보태 209-215, 6점차로 아쉽게 패하고 말았다. 석지현은 자책감에 한 없이 울었고 서정희와 권오향 역시 눈물을 보였으나 석지현에게 "울지마, 괜찮다"며 다독여줬다. 경기 후 인터뷰서 권오향은 "많이 아쉽지만 경험이 없었고 앞으로 그런 일이 없도록 열심히 하겠다. 컴파운드는 활성화가 되지 않아 훈련을 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그래도 소속팀의 지원으로 여기까지 온 것 같다. 2년 후에는 금메달을 따겠다"고 다짐했다. 신현종 감독 역시 "관중이 많아 어린 선수들이 긴장을 많이 한 것 같지만 그래도 가능성을 봤다. 세계서 경쟁력을 찾았고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다"고 긍정의 전망을 내놓은 뒤 "컴파운드가 올림픽 정식종목을 떠나 전국체전에도 종목에 없어 선수들이 지원을 꺼려해 안타깝다"며 아쉬운 표정으로 경기장을 떠났다. parkri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