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남원의 연예산책] 전 2PM 소속의 아이돌 가수 재범이 8일 결국 한국을 떠난다. 인민재판 식으로 행해진 여론의 돌팔매에 못이겨 팀을 탈퇴한 지 불과 한 나절만에 미국행 비행기를 타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격적인 그의 출국은 지난 2005년 미국의 소셜네트워킹 사이트 마이스페이스에 '나는 한국이 싫다'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는 과거가 인터넷상에 알려지면서 비롯됐다. 네티즌 여론은 재범에게 뭇매를 가하기 시작했고 그의 과거 한국 비난 글과 관련해 진위를 알수없는 X파일 식 루머들이 쏟아졌다. 사건이 확산되자 재범은 5일 자신의 팬카페를 통해 공식 사과문을 게재했다. "고등학생 때 고국에 처음 들어와 한국문화를 잘 몰랐던 상황에서 너무 힘들고 외로웠다"며 "제 개인적인 상황이 싫어서 감정적으로 표현을 했던 것 같다"며 용서를 구했다. 1987년생 재범은 당시 18살이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철도 없었고 어리고 너무 힘들었던 시절이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그가 한국에 와서 살다보니 미국이 그립고 가족이 보고싶었다고 했다. '한국이 싫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을 마이 스페이스에 올린 배경이다. 사정이야 어찌됐건 그가 한국의 아이돌 스타로 성공한 지금, '한국이 싫다'고 고국을 혐오하는 듯 내뱉었던 말은 부메랑이 되서 그에게 돌아갔다. 때마침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하는 한 외국인 출연자가 겉다르고 속다른 말로 네티즌의 속을 긁어놓은 다음이다. 특히 한국 네티즌은 연예인의 나라 사랑에 공인 이상으로 엄정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 병역 기피나 왜색 발언, 한국 비하는 한순간에 스타에서 역적으로 곤두박질치는 3대 요소로 꼽힌다. 재범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네티즌 악플은 끊이기는 커녕 인민재판 식으로 그를 몰아붙였고 이날 소속사 JYP는 그의 탈퇴를 알렸다. 불과 4일만에 초고속으로 한 젊은 연예인의 인생이 구겨질데로 구겨진 셈이다. 10대 시절, 아무 생각없이 감정 그대로 내뱉는 말들이 있다. '부모가 싫다' '나라가 싫다' '선생님이 싫다' '대통령이 싫다' '친구가 싫다' 등등등. 주어진 상황에 따라서 감정이 격해지면 그 대상을 상대로 누구나 한번쯤 "나는 OOO이 싫다"고 외친 경험을 가졌을 것이다. 잠깐 싫었어도 부모는 영원한 내 부모고, 조국은 영원한 조국이다. 재범은 자기가 싫어했던 조국 땅에서 가수로 성공하기 위해 노력했고 이제 그 과실을 먹을려던 참이다. 그가 진정 한국이 싫었는데 억지로 참고 살면서 팬들을 향해 노래 부르고 춤을 췄을까. 과연 10대 해외교포의 감정 섞인 말 한 마디가 진짜 매국노로 규탄받을 행위였을까. 재범은 그가 태어난 미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이제는 '정말 한국이 싫다'며 울먹이고 있을 지 모를 일이다. [OSEN=엔터테인먼트팀 부장]mcgwir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