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가 순식간에 뒤집힌 경기였다. 두산 베어스가 오랜만에 선발승을 거둔 이재우의 호투와 4회 터진 김재호의 좌월 결승 투런 등에 힘입어 올 시즌 번번이 발목을 잡던 히어로즈의 손길을 뿌리쳤다. 두산은 8일 잠실 구장서 벌어진 2009 CJ 마구마구 프로야구 전서 5이닝 2실점(1자책)으로 호투한 선발 이재우와 4회 터진 이성열의 동점 그라운드 홈런-김재호의 좌월 결승 2점 홈런 등에 힘입어 7-3으로 승리했다. 두산은 이날 승리로 시즌 전적 66승 2무 53패(8일 현재)를 기록하며 3위 자리를 지켰다. 반면 히어로즈는 56승 1무 61패를 기록하며 6위 자리에 그대로 머물렀다. 선취점은 두산의 몫이었다. 히어로즈의 1회초 공격이 무위에 그친 후 두산은 선두 타자 이종욱의 볼넷과 2루 도루, 정수빈의 우전 안타로 아웃 카운트 없이 선취점을 뽑았다. 그러나 민병헌-김현수-최준석으로 이어진 중심 타선이 침묵하며 추가 득점은 나오지 않았다. 두산은 2회말 이원석의 우중간 2루타와 고영민의 볼넷, 최승환의 크게 튄 투수 앞 땅볼로 2사 2,3루 찬스를 맞았다. 그러나 이종욱이 3루 땅볼로 물러나며 더 달아나는 데는 실패했다. 이는 결국 3회초 동점의 빌미가 되고 말았다. 3회초 히어로즈는 선두 타자 강귀태의 중전 안타와 김일경의 희생 번트로 1사 2루를 만들었다. 후속 타자 황재균은 우익선상 근처 우익수 민병헌과 2루수 고영민 사이에 떨어지는 절묘한 바가지 안타를 때려냈고 그 사이 강귀태가 홈을 밟으며 1-1 동점이 되었다. 전세가 뒤집어 지는 데는 상대 실책 덕분에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후속 타자 이숭용의 1루 땅볼은 1루수 김현수의 실책으로 인해 1사 1,3루 찬스가 이어지는 진루타가 되었다. 뒤를 이은 이택근은 흔들리던 상대 선발 이재우의 초구를 때려냈다. 2루수 플라이가 되는 듯 했던 타구는 고영민의 글러브를 맞고 아래로 떨어지는 진루타로 이어지며 황재균의 득점을 이끌었다. 2-1로 히어로즈가 전세를 뒤집은 순간이다. 그러나 히어로즈의 기쁨은 금세 사라졌다. 두산은 4회말 최준석을 대신해 대타로 나선 선두 타자 이성열의 중견수 방면 그라운드 홈런(시즌 1호)으로 2-2 동점에 성공했다. 상대 선발 김수경의 2구 째 슬라이더(128km)를 걷어 올린 이성열은 중견수 이택근의 낙구 지점 실패를 틈 타 시원하게 다이아몬드를 돌아 홈까지 파고들어 세이프 판정을 얻어냈다. 올 시즌 처음이자 27년 역사 상 5번째로 터진 '대타 그라운드 홈런'. 두산의 득점 공세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손시헌의 삼진, 이원석의 볼넷 출루로 만들어진 1사 1루서 타석에 들어선 김재호는 김수경의 2구 째 직구(136km)를 그대로 끌어당겼다. 이는 좌측 담장을 넘기며 팀의 리드를 가져오는 2점 홈런(시즌 3호, 비거리 110m)이 되었다. 4-2, 두산이 재차 리드를 잡아냈다. 5회말서도 두산은 1사 후 민병헌의 볼넷과 상대 좌완 강윤구의 견제 악송구로 1사 3루를 만든 뒤 김현수의 좌익수 희생 플라이로 5-2로 달아났다. 히어로즈는 상대 선발 이재우가 물러난 뒤 6회초 2사 만루 찬스를 맞았으나 대타 전준호가 2루 땅볼로 물러나고 말았다. 히어로즈는 7회초 선두 타자 황재균의 좌월 솔로포(시즌 18호, 비거리 130m)로 3-5를 만들며 추격의 고삐를 당겼으나 후속타 불발로 전세를 뒤집는 데는 실패했다. 두산은 8회말 2사 만루서 최승환의 2타점 좌전 안타로 달아나며 승리를 확정지었다. 두산 선발 이재우는 5이닝 동안 83개의 공을 던지는 등 최고 148km의 직구와 완급 조절용 커브를 앞세워 4피안타(탈삼진 3개, 사사구 3개) 2실점(1자책)으로 시즌 5승(1패)째를 거두는 동시에 지난 7월 7일 잠실 SK전(5이닝 4피안타 1실점) 이후 63일 만에 선발승을 수확했다. 4회 대타로 나선 이성열은 프로야구 사상 역대 5번째 '대타 그라운드 홈런'을 만들어내는 등 2안타 1타점을 기록하며 승부처에서 활약했고 결승포의 주인공 김재호 또한 주전 2루수 고영민의 문책성 교체를 '전화위복'으로 만들었다. 4번 타자로 나선 김현수는 5회 희생 플라이로 8경기 연속 타점 행진을 이어갔다. 반면 히어로즈 선발 김수경은 4이닝 4피안타(탈삼진 1개, 사사구 3개) 4실점을 기록하며 시즌 9패(5승)째를 떠안았다. 톱타자 황재균은 7회 추격포 포함 5타수 4안타 2타점으로 분전했으나 팀 승리를 이끌지는 못했다. farinell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