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렬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일본에 있는 지인들이 대구구장을 방문할때마다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또한 선 감독은 야구장 신축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어느때보다 목소리가 높아진다. 지난 1948년 4월 20일 건립된 대구구장은 내야 잔디와 관람석을 개보수했으나 광주, 대전구장과 더불어 국내 야구장 가운데 가장 낙후돼 있다. 주차공간 부족 뿐만 아니라 공중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낙후돼 관람객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불편을 겪는 건 선수들도 마찬가지. 특히 원정 구단이 대구구장을 방문하면 쉴 수 있는 공간이 없다. 말이 원정 라커룸이지 마치 좌판을 펼쳐 놓은 시장을 연상케 한다. 더운 여름이 되면 선수들의 볼멘소리는 더욱 심해진다. 최근 기자와 만난 선 감독은 "일본에 있는 손님들이 이곳에 올때마다 부끄럽다. 동네 야구장 수준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야구광으로 잘 알려진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국무총리로 내정된 것에 대해 "국무 총리가 야구장 시설 개선을 위해 힘을 발휘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드러냈다. 선 감독은 "대구구장은 과거 히로시마 시민구장과 흡사하다. 천연 잔디가 깔려 있지만 시설이 낙후돼 있고 야구장 옆에는 원폭 피해를 입은 건물이 그대로 보존된 공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팬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팀이나 선수들을 응원하려고 야구장을 방문하지만 뙤약볕 속에서 의자가 다닥다닥 붙어 있다. 대구구장은 뙤약볕을 피할 곳도 없는데 경기 3시간 전에 입장해 경기가 끝날때까지 있는 팬들을 보면 안쓰럽다"고 혀를 내둘렀다. 선 감독은 "내가 볼땐 두류공원 인근이 가장 좋다"는 견해를 밝혔다. 두류공원은 성서, 이곡, 상인, 대곡 등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가까워 관중 동원에도 유리하고 지하철 1,2호선과 인접해 지하철 적자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낙후된 대구구장을 대신할 야구장을 신축해야 한다는 것은 선 감독 만의 생각은 아니다. 야구를 사랑하는 대구시민 모두 같은 마음일 것이다. 매번 시장 선거가 열릴때마다 후보들은 '야구장을 신축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지만 헛구호에 불과했다. 대구시는 내달 야구장 건립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을 공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에는 보다 발전된 계획을 내놓을지 아니면 예전처럼 양치기 소년의 모습일지 지켜볼 일이다. wha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