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코미디 프로는 거의 자취를 감추고 리얼 버라이어티와 토크쇼가 대세인 요즘 TV 예능에서 대다수 개그맨의 최종 목표는 예능 MC다. 하지만 MC 진출의 좁은 문을 뚫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인기 개그맨이라고 모두가 예능 MC로 성공하는 건 아니다. 개그맨이 예능 MC로 성공할 수 있는 자격은 과연 무엇일까. 현재 국내 최고의 예능 MC로 인정받는 유재석과 강호동에게서 모범답안을 찾을 수 있다. 전혀 스타일이 다른 둘이지만 탁월한 순발력과 유창한 말솜씨, 그리고 전체를 이끌어 가는 카리스마의 3박자를 제대로 갖췄다. 이처럼 MC 자질로 중요한 세 가지 요소가 개그맨으로서의 성공 요소와 꼭 일치하는 건 아니다. 코미디와 리얼 버라이어티의 기본 구성 자체가 비슷한 듯 다른 것과 같은 맥락이다. KBS 2TV '개그 콘서트' 박중민 CP는 "코미디는 사실 극이다. 코미디 배우는 대본에 의한 연기를 잘해야 한다. 임기응변과 순간 대처에 빨라야하는 예능 MC나 토크쇼 패널과는 요구하는 자질 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구분을 설명했다. 지난 주 방송 10돌을 맞은 '개콘'은 최근 2주연속 예능 시청율 선두를 질주하고 있을 정도로 인기가 뜨겁다. 오랜세월 코미디 프로그램으로서의 자존심을 지켜온 프로다. 그런 '개콘'에서 수많은 개그맨 스타가 탄생했지만 예능 MC로 자리잡은 인물이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박CP의 말을 방증한다. 박 CP는 "대본 연기를 잘하는 개그맨이 '개콘'에서의 성공을 발판 삼아 버라이어티 겸업을 선언했다가 다시 돌아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개개인의 자질에 따른 일인데 예능 패널로 나가서는 거의 묻혀버리는 인기 개그맨들도 많다"고 했다. '개콘' 출신으로 최근 예능에서 크게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개그맨은 이수근과 유세윤을 들 수 있다. 이수근은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 고정 출연으로 꽃을 피웠고, 유세윤도 MBC '무릎팍 도사' 등을 통해 MC로서의 꿈을 키워가는 중이다. 이에비해 김대희 김준호 김병만 등은 '개콘' 터줏대감으로 꾸준히 사랑을 받아왔지만 리얼 버라이어티 쪽에서의 러브콜도 약하고 활동 또한 드문 편이다. 꽉 짜여진 상황극 코미디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는 이들은 한 마디 말을 더하려고 아귀다툼을 벌여야하는 버라이어티쇼 체질과 잘 맞지않는 셈이다. 개그맨 출신의 MC 지망생들이 매년 쏟아져나오는 가운데서도 예능 PD들이 늘 '쓸만한 MC가 없다'고 울상을 짓는 배경이 여기에 있다. mcgwir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