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좋은 볼 끝을 가지고 있더라도 도망가는 경기를 펼치면 패배로 이어지게 마련. 3년차 우완 김영민(21. 히어로즈)이 묵직한 직구를 보여주고도 제구 실패로 인해 시즌 2패(1승, 9일 현재)째를 떠안았다. 김영민은 9일 잠실 두산 전에 선발로 등판했으나 2이닝 동안 43개(스트라이크 23개, 볼 20개)의 공을 던지며 6피안타(탈삼진 2개, 사사구 2개) 5실점으로 3-8 경기의 패전투수가 되었다. 최고 151km의 직구가 인상적이었으나 원하는 곳에 공이 날아가지 않은 것이 아쉬웠다. 승부처는 2회말이었다. 1-0 리드 상황서 마운드에 오른 김영민은 선두 타자 최준석에게 좌전 안타를 내줬다. 이 과정서 최준석은 스트라이크 존에 진입한 두 개의 공을 파울로 커트해내며 타이밍을 맞춰갔다. 후속 타자 손시헌(29)의 우전 안타는 김영민이 못 던졌다기보다 손시헌이 잘 밀어친 타구였다. 2구 째로 149km의 직구를 구사한 김영민의 공. 방송 중계를 통해 나온 종속은 138km로 결코 공략하기 쉬운 공이 아니었으나 손시헌의 밀어친 타격이 한 수 위였다. 결정구를 통타당하며 동요하는 기색을 그대로 비춘 김영민은 이원석(23)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며 자충수를 두고 말았다. 무사 만루서 김재호(24)에 1타점 좌전 안타를 내준 김영민은 최승환(31)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냈으나 덕수고 1년 선배 민병헌(22)의 초구 노림수에 2타점 좌전 안타를 허용, 걷잡을 수 없이 무너졌다. 경기 전 김시진 감독은 "앞으로 잔여 일정이 빡빡한 상황이라 앞으로 선발로 내세우는 선수들이 제 몫을 충분히 해줘야 한다"라는 말로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좋은 구위를 지닌 선발 투수가 원하는 곳에 공을 꽂아 넣지 못한다면 이는 그저 '희망사항'에 그칠 뿐이다. 위기서 도망칠 수록 투구 부담이 내리막을 굴러가는 눈덩이처럼 커지는 것이 야구다. 앞으로 던질 공이 훨씬 더 많은 유망주 김영민에게 9일 두산 전은 쓰디 쓴 '보약'이 될 것이다. farinell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