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한 해가 모두 쉽지 않은 시즌이었으나 모두 승리가 패배보다 많은 6년이었다. 김경문 두산 베어스 감독이 국내 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6년 연속 5할 이상의 승률을 기록하는 위업을 세웠다. 두산은 지난 9일 잠실 히어로즈 전서 2회 터진 민병헌(22)의 결승타와 3타점을 혼자 쏟아부은 '멀티 내야수' 이원석(23) 등의 활약에 힘입어 8-3으로 승리했다. 이 승리로 두산의 시즌 전적은 67승 2무 53패(3위, 9일 현재)이 되었으며 김 감독은 2009시즌 잔여 11경기를 모두 패하더라도 재임 이후 6년 연속 5할 승률 이상을 기록하게 되었다. 김 감독은 지난 2008년 11월 4일 두산과 계약기간 3년에 계약금 3억5000만원, 연봉 3억5000만원 등 총액 14억원의 계약을 맺으며 '김경문호 3기'의 깃발을 올렸다. 1995~2003시즌 베어스 지휘봉을 잡았던 김인식 현 한화 감독에 이은 장기집권이 확정된 순간. 2004시즌 김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현재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상전벽해'라는 말이 맞아 떨어진다. 6년 전부터 현재까지 선발 라인업을 꾸준히 지킨 선수가 '두목곰' 김동주(33)에 불과할 정도. 과거 주축선수를 이적시키며 '선수+현금 트레이드'로 전력을 갉아먹었던 두산이었기에 '김경문 호 1기(2004~2005시즌)'의 앞날은 어두워보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톱타자 정수근(32. 전 롯데)과 중심 타선을 구축했던 심재학(37. 현 히어로즈 코치)이 시즌을 맞기도 전에 팀을 떠나며 전력 공백을 낳았다. 그러나 김 감독은 차별화된 전략을 통해 최약체로 분류된 두산을 2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로 이끌었다. 체구는 작았으나 탄탄한 기본기와 근성을 갖춘 신고 선수 출신 손시헌(29)은 2004시즌부터 주전 유격수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번트를 앞세우는 대신에 전상렬(37)-장원진(40. 은퇴)-최경환(37. KIA)등 정확성을 갖춘 베테랑 타자들을 1~3번에 배치해 '3인 테이블 세터진'을 구축한 것 또한 기존의 전략 틀을 깼다. 2005년에는 임재철(33)이 3할1푼의 고감도 타격을 자랑하며 2번 자리를 꿰찼다. 투수진 운용서도 특이점이 확실했다. 2004시즌 후 기존 마무리 구자운(29. 삼성)이 병역 파동으로 인해 이탈하자 이를 대신한 투수는 변화구 구사력이 뛰어났던 정재훈(29)이었다. 2005년 신인 서동환(23. 임의탈퇴)이 메우지 못했던 뒷문 공백을 갑자기 나타난 정재훈이 3시즌 반 동안 메운 것. 정재훈은 빠른 공을 앞세운 투수가 뒷문을 지킨다는 기본 공식을 잠수함 정대현(31. SK)과 함께 일축한 투수다. 또한 같은 시기 기록원으로 팀에 입사(?)했던 이재우(29)가 당당히 팀의 계투 축을 맡으며 홀드왕 타이틀(28홀드)을 석권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병역 파동으로 인한 선수층 붕괴로 최하위 추락이 당연해보였던 2005시즌서 중반까지 삼성과 선두 자리를 놓고 각축전을 벌이는 등 선전하며 한국 시리즈 준우승을 거머쥐는 기염을 토했다. 두산은 기대 이상의 성적표를 보여 준 김 감독과 2005시즌 후 3년간 8억원에 계약을 맺었다. '김경문호 2기'가 출범한 시기. 2기의 키워드는 '세대교체'였다. 안경현(39. SK) 등 주전 라인업을 구축했던 베테랑들이 팀을 떠나거나 뒷켠으로 물러나며 팬들의 아쉬움을 사기도 했으나 빈 자리를 메꾼 젊은이들은 팀을 넘어 당당히 국가 대표팀에 승선하기도 했다. 현대서 기회를 얻지 못하고 방출의 칼을 맞았던 이종욱(29)은 김 감독의 지휘 아래 국내 최고의 톱타자 요원 중 한 명으로 자리잡았다. 2군 생활에 지쳐 군 입대를 고려하기도 했던 2루수 고영민(25)은 빠른 발과 기존 틀을 깬 수비 시프트 등을 보여주며 주전 자리를 꿰차는 동시에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로 병역 혜택까지 안았다. 신고 선수로 팀에 입단한 김현수(21)는 나이 답지 않은 배팅을 선보이며 지난해 타격왕좌(3할5푼7리)에 오르는 동시에 올 시즌에도 3할5푼3리 22홈런 97타점으로 타선의 핵이 되었다. 2007년 입단한 '아기곰' 임태훈(21)은 데뷔 첫 해부터 계투진의 축으로 자리하며 힘을 더했다. 2009시즌 김 감독의 지휘 키워드는 '긴장'이다. 평소 "3년 이상 꾸준히 활약해야 비로소 '스타 플레이어'라는 칭호를 얻을 수 있는 것"이라며 2기 주전들의 분발을 촉구한 김 감독은 신인 정수빈(19)이나 2007년 주전 우익수로 활약했던 민병헌(22)으로 턱 관절 골절상을 입었던 이종욱의 공백을 막았다. 김 감독은 이전 과정에서 이종욱에 대한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발목 부상으로 한 달 이상 결장했던 고영민의 공백은 2004년 1차 지명자 김재호(24)가 메웠으며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하는 능력을 갖춘 이원석(23)은 필요한 순간 빛을 발하며 김동주, 손시헌의 공백을 메웠다. 특히 이원석은 프리에이전트(FA)로 떠난 홍성흔(32. 롯데)의 유산이기도 하다. 유망주를 적극 기용하며 '내부 강화'를 이끈 김 감독이었으나 현재 확실한 선발 에이스를 찾기 힘들다는 것은 '김경문호'가 지닌 치명적 약점. 게리 레스(36)-다니엘 리오스(37)-맷 랜들(32) 등 외부 수혈자들이 선발진의 축이 되었고 2006시즌까지 박명환(32. LG)도 중심을 잡아놓았으나 모두 팀을 떠났다. 올 시즌 팀 내 유일한 선발 10승을 기록한 김선우(32)가 있으나 그의 올 시즌 평균 자책점은 4.92로 높다.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된 크리스 니코스키(36)-후안 세데뇨(26)는 둘이 합쳐 6승을 올린 데 그치며 김 감독의 시름 거리로 자리했다. 올 시즌 김 감독의 400승 경기와 6연속 5할 승률 경기서 모두 승리를 거둔 좌완 금민철(23)도 확실한 선발감으로 보기는 아직 부족하며 기대를 모았던 김명제(22)는 실망감을 안겼다. 여러 장애물을 넘어 또 하나의 금자탑을 세운 김 감독. 복지부동-무사안일이 아닌 차별화된 전략으로 6년 째 두산을 이끌고 있는 김 감독의 시야는 더 높은 곳을 향해 있다. farinell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