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출신의 남 녀 연기 대결이 불붙었다. 수 목의 밤에 펼쳐지는 MBC '맨땅에 헤딩' 유노윤호와 KBS 2TV '아가씨를 부탁해' 윤은혜의 한 판 싸움이다. 아이돌 가수로서의 경력이나 인기는 동방신기 유노윤호가 베이비복스 윤은혜를 압도하지만 배우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윤은혜는 이미 본격적인 주연 데뷔작 '궁'을 시작으로 '포도밭 사나이'와 화제작 '커피프린스 1호점' 등의 연속 히트와 함께 톱스타 반열에 올라있다. 드라마 회당 출연료도 요즘 여배우들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이에비해 아이돌 그룹의 한류를 대표하는 동방신기의 유노윤호는 이번 '맨땅'으로 연기에 데뷔했다. 그는 9일 첫 방영에서 신인치고는 안정된 연기를 선보였다는 시청자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신인이니까' '이제 첫 연기인데'라는 보호막 덕분에 후한 점수를 얻기 쉬웠다는 사실을 간과하기 어렵다. 아직 유노윤호의 연기에는 딱딱한 대사와 감정을 제대로 싣지 못한 얼굴 표정, 과장되고 뻣뻣한 몸짓 등 풋내기 배우다운 약점들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그럼에도 '맨땅'에서 그의 연기가 살아 숨쉬고 어색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천방지축 열혈 축구선수 차봉근 역이 거칠 것 없이 연기에 임하는 유노윤호의 저돌적인 자세와 한 폭의 그림처럼 잘 어우러지는 덕분이다. 거꾸로 전작들에서 호평과 성원을 받았던 윤은혜는 '아가씨'부터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이제는 회당 수 천만원을 받는 톱클래스 출연료를 받는 연기자에 걸맞는 연기력을 보여줄 시점이 도래했기 때문이다. 여전히 부정확한 발음과 뻔한 표정 연기의 틀을 벗어나지 못해서는시청자 비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털털하고 중성적인 매력의 캐릭터에 잘 어울렸던 그녀가 '아가씨'에서 재벌집 상속녀로 연기 변신을 시도한 것도 어색한 드레스를 입은 듯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윤은혜가 앞설 배경도, 유노윤호가 뒤질 이유도 없는 상황에서 아이돌 출신의 남 녀 배우가 경쟁시간대 드라마를 통해 주연 대결을 펼치는 셈이다. 하지만 맞대결에서 패할 경우 유노윤호는 별로 잃을 게 없는 반면에 윤은혜로서는 이겨도 본전인 싸움이라 더 절박하다. AGB닐슨의 시청률 집계결과, 9일 '아가씨'는 방영 첫 회 때보다 뚝 떨어진 전국시청률 12.6%를 기록했고, '맨땅'도 6.2%로 만족스럽지못한 출발을 끊었다. 현재 수 목 오후 9시50분대의 최강자는 SBS 대작 드라마 '태양을 삼켜라'로 17.8%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더블 스코어 차로 승부를 시작한 '맨땅' 유노윤호'의 풋내기 하이킥과 이를 막으려는 '아가씨' 윤은혜의 수문장 대결이 볼거리를 더하는 게 요즘 수 목의 밤 TV 드라마다. mcgwir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