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배의 '첫 세이브'가 값진 이유
OSEN 기자
발행 2009.09.10 07: 57

"우리 정배 기사 좀 써주세요. 좀 있으면 식구도 느는데". 휴식 차원서 9일 잠실 히어로즈 전에 결장한 이종욱(29. 두산 베어스)은 경기 전 동료 투수를 가리키며 이렇게 이야기했다. 이종욱을 마주 보며 앉아 있던 그 투수는 쑥스러운 듯 웃어 보이며 "제가 잘해야죠"라며 순박하게 웃었다. 박정배(27). 2005년 한양대를 졸업하고 2차 6순위로 입단한 그는 2년 간 병역 공백을 딛고 팀에 합류했으나 1군 주전력으로 활약하지는 못한 채 2군에 익숙한 모습을 보였다. 가끔씩 맞은 1군에서의 기회 또한 살리지 못하고 곧바로 2군 행 통보를 받으며 힘든 시기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9일 잠실 히어로즈 전은 달랐다. 박정배는 8-3으로 앞선 7회초 김상현(29)의 바통을 이어받아 3이닝 동안 2피안타(탈삼진 1개, 사사구 1개)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팀 승리를 지키는 동시에 데뷔 5년 만에 첫 세이브를 올린 순간이었다. 지난해까지 2년 간 공익 근무요원으로 복무한 기간을 제외하고 3년 통산 35경기 1승 1패 1세이브 평균 자책점 6.11(9일 현재)을 기록 중인 박정배. 그의 야구 인생은 불운이 연속되어 더욱 주위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한양대 3년 시절 최고 147km의 빠른 공을 던지기 시작했던 박정배는 제 구위를 뽐낼 시기에 팔 골절상으로 인해 공을 놓기도 했다. 다행히 두산에 지명을 받기는 했으나 계약금 없이 연봉 2000만원만 받고 입단한 것. 두산 입단 후에도 운이 따르지 않은 편이었다. 데뷔 첫 승(2005년 9월 10일 잠실 KIA전) 만이 ⅓이닝 승리로 운이 좋았을 뿐 기회를 잡아야 할 때 제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공은 빠르지만 볼끝이 가볍다는 평가만 있을 뿐이었다. 공익 근무 기간을 마치고 2008년 마무리 훈련부터 참가한 박정배는 다른 선수들이 쉬는 날에도 잠실 구장에 나와 훈련에 열중했다. 한숨을 돌리는 순간에도 쌀통을 갖다 놓고 오른손을 쥐었다 펴며 악력을 키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으며 초-중-고-대 직속 선배인 박찬호(36. 필라델피아)에게 적극적으로 조언을 구하며 훈련에 임했다. "제가 잘해야죠. 좋은 활약을 펼쳐야 1군에서 제 기량을 뽐낼 수 있는 거잖아요. 아내가 5일 있으면 첫 아이를 낳습니다. 기회가 올 지는 모르겠지만 시기가 시기인 만큼 열심히 해보려구요". 누군가에게 가벼울 수 있는 1세이브일지 모른다. 그러나 연속된 불운을 딛고, 너무나 뜨거운 땀방울을 흘렸던 그에게 9일 경기 세이브는 더욱 값졌다. 데뷔 첫 세이브로 첫 아이에게 줄 선물을 마련한 '예비 아빠' 박정배가 앞으로 어떤 활약으로 팀에 보탬이 될 것인지 더욱 궁금해진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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