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제목'은 관객을 사로잡는 영화의 첫 인상이라고 할 수 있다. 기억하기 쉽고 부르기 쉬운 것은 물론, 영화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제목이야 말로 가장 좋은 영화의 제목이라 할 수 있다. 최근 극장가에서 선보이는 영화들을 제목에 따라 살펴봤다. ◇ 영화의 주된 공간-사건이 제목으로 평화로운 공간이 복수로 물드는 과정을 그린 '왼편 마지막 집'과 실화 사건을 모티브로 한 '이태원 살인사건'은 모두 사건의 배경이 되는 공간을 제목으로 지었다. '왼편 마지막 집'은 딸에게 끔찍한 범죄를 가한 자들을 외딴 산장에서 우연히 만난 부모가 목숨을 걸고 사투를 벌이는 서스펜스 스릴러로 평화롭고 행복했던 공간이 범인들로 인해 복수로 물드는 곳으로 변모되는 과정을 긴장감 넘치게 그려냈다. 영화의 제목이 주는 양면적인 분위기 또한 관객들에게 평화롭던 공간이 어떻게 바뀌게 되는지 암시한다. 특히 이 영화는 밀폐된 공간에서의 재미를 극대화한다고 할 수 있다. '이태원 살인사건'은 지난 1997년 이태원 소재의 한 햄버거 가게에서 발생한 실제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재구성한 미스터리 스릴러로 '그 때 그 곳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는가'를 이야기 한다. 이처럼 장소를 제목으로 한 영화들은 관객들에게 뗄래야 뗄 수 없는 사건 배경의 중요성을 인지시키며 영화의 주제를 쉽게 전달한다. ◇ 사람의 이름이 제목으로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을 타고난 가브리엘 샤넬의 일화를 그린 '코코 샤넬'과 500억대 자산관리사 '정승필 실종사건;은 모두 사람의 이름이 제목이 된 케이스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들 대부분은 사람의 이름이 제목이 되는 경우가 많다. 드라마와 영화 모두 관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황진이'는 물론, '선덕여왕', '천추태후' 등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는 스크린도 예외가 아니다. '코코 샤넬'은 샤넬이란 이름을 앞세워 프랑스가 낳은 최고의 디자이너이자 시대를 앞서간 패션의 혁명가로 불리고 있는 가브리엘 샤넬의 비밀스런 과거와 진실한 사랑 속 화려한 브랜드 탄생기를 담았다. 10월 개봉을 앞둔 500억대 자산관리사의 실종을 둘러싼 코믹 수사극 '정승필 실종사건'은 '정승필'이라는 인물이 실종되며 일어나는 횡령, 납치, 보험금을 노린 치정과 우발적 살인 등의 예기치 못한 상황의 전개를 유쾌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정승필 실종사건'은 제목에서 장르의 유쾌함을 전달한다. ◇ '블루', '레드'에 이은 또 하나의 컬러 네임 인도 영화 '블랙'은 영화 속에서 '어둠'이라는 단어의 뜻과는 정반대로 '희망'을 담은 단어로 바뀌며 감동을 선사한다. 심한 열병으로 인해 눈과 귀가 멀어 어둠 속에 갇힌 미쉘은 개인교사 사하이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고 기적을 실현해나간다. 이 영화의 제목 '블랙'은 단지 어둠이 아닌 희망의 시작이라는 인식의 전환을 전달한다고 할 수 있다. nyc@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