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에서 조차 발을 못붙일 수 있다". 박용성 대한체육회장이 부드러운 어조였지만 뼈 있는 내용의 말로 야구계에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박 회장은 10일 오전 11시 한국프레스센터 19층 매화홀에서 열린 '고양 국가대표 야구훈련장 협정식'에 유영구 한국야구위원회 총재, 강승규 대한야구협회장, 허구연 야구발전실행위원장 등 야구계 인사들과 함께 했다. 이에 축사를 위해 나선 박 회장은 "고양시에 감사한다. 큰 투자로 프로와 아마에 큰 도움을 주셨다. 욕심 같아서는 (야구장 부지를) 한 면 더 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해 분위기를 밝게 만들었지만 이어 "축사를 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야구관계자분들이 다 모인 자리인 만큼 좀더 중요한 이야기를 해야겠다"며 야구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박 회장은 "지난 8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회에서는 야구를 퇴출하기로 결정했다. 야구는 15표 중 단 두 표를 받는데 그쳤다. 오히려 소프트볼보다 더 적은 표를 받았다"고 본론의 서두를 꺼냈다. 실제로 IOC는 지난 8월 집행위원회에서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탈락한 야구와 소프트볼을 다시 올림픽 종목에서 제외시켰다. 대신 골프와 7인제 럭비를 오는 10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총회에 상정했다. 박 회장은 "왜 이렇게 됐느냐 하면 그동안 야구가 노력을 게을리했기 때문"이라며 "야구는 축구처럼 나이 제한을 두지도 않았고 부상을 우려해 나가려 하지 않는다. 다른 종목은 모두 일류스타들이 나오는 반면 야구는 그렇지 않다. 미국과 일본, 한국의 책임이 크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후진국이 야구를 할려면 큰 돈이 든다. 도와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올림픽 입장에서는 야구는 그들만의 리그일 뿐"이라며 국제화에 대한 노력이 부족했다고 지적한 박 회장은 "이런 수순없이는 2014년 인천 다음 아시안게임에서도 야구가 들어갈까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아시안게임은 오는 2014년 인천에서 열리기로 결정된 상태다. 하지만 다음 아시안게임은 2019년에 열릴 것으로 보이며 아직 개최지가 결정되지 않았다. 특히 인천 대회에서는 종목이 35개로 대폭 줄었으며 이 중 28개가 올림픽 종목이다. 지난 2006년 카타르 도하 대회가 46종목이었지만 오는 2010년 중국 광저우 대회에서는 42개로 줄어든 상태다. 앞으로 종목이 더 줄어들 가능성이 있는 만큼 야구도 조심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상기시킨 박 회장은 "야구인들 모인 자리에서 부탁드린다. 야구가 아시안게임에서 조차 발붙일 곳이 없을 수 있다"며 다시 한 번 야구계가 적극적으로 세계화에 대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허구연 야구발전실행위원장은 "야구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지만 1000만 관중은 돼야 한다"면서도 "지금 인프라로는 불가능하다. 전국 9000개 야구동호회가 있는 것으로 아는데 야구장은 50여개에 불과하다. 45억원 정도면 지자체에서도 야구장을 만들 수 있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올림픽 진입을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해야 한다"며 "아시안게임에서도 도퇴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야구협회 강승규 회장은 "말레이시아의 한 도시에서 축구장을 야구장으로 만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며 "스리랑카에서 야구장비 지원 요청을 해왔지만 크게 지원하지 못한 것 같다. 저개발국가에 대한 지원 방안을 전력적으로 모색돼야 한다"고 밝혔다. letmeou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