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즈는 직구 공략이 탁월한 팀이다. 공략 방법이 잘못되었다". 9일 잠실구장서 벌어진 두산 베어스와 히어로즈의 경기. 두산 선발 김선우(32)의 투구를 지켜보던 두산 전력분석팀 유필선 대리는 아쉬움을 금치 못했다. 변화구보다 패스트볼 계열의 구사가 많아 상대 타선을 효과적으로 공략하지 못했다는 이야기였다. 김선우는 이 날 경기에 선발로 등판, 3이닝 동안 80개의 공(스트라이크 51개, 볼 29개)을 던지며 6피안타(탈삼진 3개, 사사구 1개) 7실점(4자책)으로 패배를 떠안았다. 이 경기 결과로 인해 그의 올 시즌 성적은 10승 9패 평균 자책점 5.07(11일 현재)이 되었다. 그가 던진 80개의 공 중 포심 패스트볼-투심-컷 패스트볼의 총 갯수는 54개로 67.5%의 비율을 차지했다. 120km대의 슬러브도 16개 가량을 구사했으나 결정구는 패스트볼이었다. 포수 용덕한(28)의 수비가 이전 경기에 비해 불안해 떨어지는 변화구를 적극 구사하기 힘들었던 점도 감안해야 했으나 패스트볼 일변도로 간 것은 아쉬움이 컸다. 이는 경기 내용 면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3회 히어로즈 타자들은 김선우의 공 15개를 파울로 커트해냈다. 이 중 절반 이상이 2스트라이크 이후에 나온 것이다. 유리한 카운트서 타이밍을 흐트러 뜨리는 변화구를 구사하지 않는 김선우의 스타일을 파악한 히어로즈 타자들이 수싸움에서 밀리지 않았다는 증거다. 특히 이택근(29)-강정호(22)와의 대결서는 타자들이 김선우의 공을 완전히 노리고 들어갔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3회초 1사 2루서 타석에 들어선 이택근은 김선우의 3구와 5구 째를 그대로 당겨 좌측 폴대를 살짝 빗나가는 파울 홈런 두 개를 때려냈다. 이후 세 개의 파울을 더 때려낸 이택근은 중전 적시타를 뽑아내며 3-3 동점을 이끌었다. 경기의 진짜 승부처는 강정호와의 대결이었다. 강정호는 김선우와 11구 까지 가는 대결 끝에 좌중간 2타점 3루타를 때려내며 6-3을 만들었고 이 순간 경기 분위기는 완전히 히어로즈 쪽으로 넘어갔다. 강정호는 경기 후 "볼카운트 2-2가 된 순간 가운데로 몰리는 실투는 확실히 공략하겠다는 생각으로 나섰다"라며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패스트볼 구사가 많은 김선우인만큼 가운데로 몰리는 공에 배트를 휘두르면 승산이 있었다는 생각이 깔려 있었던 것. 수비진 실책으로 인해 자책점 외 3실점이 더해졌으나 김선우의 구종 선택 또한 패인 중 하나로 볼 수 있었다. 김경문 두산 감독 또한 경기 후 "선발 투수가 좀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해줬더라면"이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현재 선발진서 가장 믿을만한 선수를 내보내고도 나온 결과였기에 씁쓸함이 더했다. "빠른 대결을 좋아하는 성격 상 완급 조절형 변화구보다 패스트볼을 즐겨 던진다"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던 김선우. 그러나 10일 히어로즈 전은 지난해 SK와의 한국 시리즈 5차전서의 완급 조절형 호투(6⅔이닝 2피안타 1실점 비자책)가 더욱 필요해보였던 하루였다. farinell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