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질근질 사면발이, 창피한데 어쩌죠?
OSEN 기자
발행 .. :

최근 인기리에 방영중인 한 케이블 채널의 다큐드라마에서 밉상 캐릭터로 사랑(?)받는 극 중 남성의 ‘성병 에피소드’가 공개되었다. 사건은 여자 친구에게 이별통보를 받은 다음 날부터 시작된다. 처음에 성병 여부조차 알지 못한 그는 실연의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 아랫도리에 극심한 가려움증을 호소하며 몹시 괴로워한다. 심지어 많은 사람들이 모인 회사 사무실에서조차 참지 못하고 주변 눈치를 보며 벅벅 긁어대기까지 한다. 결국 음모를 모조리 밀어버리는 무모한 짓도 서슴지 않지만 증상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주변 남자 직원들의 은근한 놀림을 받아 굴욕감에 시달리고 만다. 여직원들 몰래 힘겹게 병원을 찾은 그의 병명은 ‘사면발이(사면발니)’. 고시원 옥상에서 쓸쓸히 속옷을 삶고 있는 그의 마지막 모습은 많은 시청자들의 씁쓸한(?) 웃음을 끌어냈다. 그에게 온갖 수모를 가져다 준 사면발이(사면발니)의 정체는 무엇일까? 사면발이는 프티루스 퓨비스(Phthirus Pubis)라는 이름의 기생곤충이다. 게와 비슷한 모습을 띠고 있으며 털 사이를 기어 다니기 좋도록 게 다리처럼 생긴 발톱을 가지고 있다. 과거에는 살충제로 성충을 죽이고 모근 주위에 붙어있는 서캐라고 불리는 타원형 알을 없애기 위해 제모까지 했지만, 이는 모두 옛날이야기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최근에는 효과가 좋은 약이 개발되어 대부분 제모 없이도 쉽게 박멸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수치심 등의 이유로 방치하여 질환을 심각하게 발전시키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임헌관 비뇨기과 전문의(연세크라운비뇨기과 원장)를 통해 사면발이의 원인과 증상, 올바른 치료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사면발이는 성관계를 통해 옮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성관계 없이도 아주 밀접한 접촉이나 타월, 옷, 이불 등을 통해서도 전염될 수 있다. 사면발이는 사람의 피를 먹으며 살고 인체에서 떨어져도 약 24시간은 살 수 있기 때문. 드물게는 좌식 양변기를 통한 감염도 있다. 실제로 최근에는 여러 명이 돌려 입는 찜질복을 입었다가 사면발이에 감염된 사례가 한 TV 프로그램을 통해 방영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성관계로 인한 감염 보다는 훨씬 드물게 나타나는 것이 사실이다. 심한 가려움증이 나타나는 것은 사면발이가 생명 유지를 위해 하루 4~5회 정도 흡혈을 하기 때문이다. 긁으면 긁을수록 더욱 가려워지고, 자신도 모르게 너무 긁어서 피부에서 피가 나고 헐기도 한다. 물린 부분은 특유의 청회색의 반점이 나타난다. 사면발이의 분비물, 박테리아의 2차 감염에 의해 합병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암컷 사면발이는 하루에 2, 3개의 알을 2, 3주에 걸쳐서 낳는데, 음모 부위를 돋보기로 살펴보면 음모 위에 착 달라붙은 흰 알을 볼 수 있다. 자세히 보면 진단이 가능하나 의심은 되지만 불확실한 경우에는 의사의 도움을 받아 확대경이나 현미경을 통한 진단을 받고 치료하는 것이 좋다. 또 사면발이는 성병의 일환으로 간주되므로 매독이나 에이즈 등 다른 종류의 성병검사를 실시해보는 것이 안전하다. 교과서적으로는 매독이나 에이즈에 대한 검사도 스크린 해 볼 것을 권고하기도 한다. 치료는 린단성분의 크림을 통해 간편하게 이루어진다. 약은 저녁에 샤워 후 몸을 말리고 나서 치모나 성기 체모가 있는 부위를 중심으로 바르는 것이 좋다. 상처 딱지가 있는 경우에는 따뜻한 물로 씻는 것이 치료에 도움을 주며, 씻은 후 피부를 완전히 건조시킨 다음에 충분한 양을 펴 바르는 것이 효과적이다. 단, 최근에는 사면발이도 변성이나 내성이 있어서인지 한두 번의 약제사용으로도 제거가 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도 하므로 전문의를 통해 확진을 위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재감염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성적 파트너와 반드시 함께 치료받아야 한다. 또 의심되는 옷이나 침대 시트 등은 뜨거운 물에 삶거나 드라이클리닝, 다림질을 하고 햇볕에 자외선 소독을 해야 한다. 삶아 빨기 어려운 것들은 플라스틱 백에 넣어서 2주 정도 보관하면 사면발이가 굶어 죽기 때문에 퇴치가 가능하다. 사면발이의 가장 좋은 예방법은 클라미디아나 헤르페스, 곤지름, 매독, 임질 등의 다른 성병과 마찬가지로 문란하거나 부적절한 성관계를 피하고 불결한 환경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반드시 전문의에게 완치라는 확답을 들을 때까지 꾸준히 치료하는 것이 신체 건강을 지키고 성병의 확산을 막는 현명한 방법이다. [의료자문]임헌관 비뇨기과 전문의(연세크라운비뇨기과 원장). /OSEN=강희수 기자 100c@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