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승 제구 되살린 최승환의 명품리드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0.05.14 07: 53

"날이 풀리니 무릎이 덜 시리네요".(웃음)
 
프로 11년차의 경험. 자칫 페이스를 잃을 뻔 했던 좌완 선발의 전환점이 되는 경기를 음지에서 이끌었다. '점포' 최승환(32. 두산 베어스)이 선발 이현승(27)의 호투 기반을 마련하며 팀의 삼성 3연전 '위닝 시리즈'에 힘을 보탰다.

 
최승환은 지난 13일 잠실 삼성전에 8번 타자 겸 포수로 선발 출장해 4타수 1안타를 기록하는 동시에 이현승의 5⅓이닝 2실점 선발승에 기여했다. 개막 두 번째 경기였던 3월 28일 잠실 KIA전서는 이현승이 6실점하는 바람에 2군으로 내려갔던 그였지만 이번에는 다시 자존심을 회복한 것.
 
사실 최승환의 선발 출장은 양의지의 배탈에 의한 것. "나이와 경력에 비해 공-수 능력이 뛰어난 편이다"라며 양의지에 대한 신임을 보여줬던 김경문 감독은 경기 전 그동안 주전 포수로 경기 출장 기회를 얻던 양의지의 배탈 소식을 전해 듣고 "그럼 오늘은 선발 출장이 어렵겠네"라며 웃었다. 그리고 선발 라인업에는 최승환의 이름이 올랐다.
 
2000년 LG에 입단했으나 조인성에게 가려져 2군 생활에 익숙했던 최승환은 지난 2008년 6월 3일 이성열과 함께 두산으로 트레이드되었다. '2군의 진갑용(삼성)'으로 불릴 정도로 잠재력을 갖췄으나 기회를 얻지 못했던 최승환은 이적과 함께 채상병(삼성)과 안방을 공유하다 지난 시즌에는 데뷔 9년 만에 처음으로 개막 선발 마스크를 썼다.
 
시즌 중 무릎 부상을 당하기도 했으나 처음으로 올스타전에 출장해 감투상을 받는 등 잊지 못할 한 시즌을 보냈던 최승환. 그러나 포스트시즌서 인사이드워크 능력이 좋은 용덕한에게 주전 안방마님 자리를 양보했고 올 시즌에는 양의지에게 밀려 한동안 2군에서 뛰기도 했다.
 
최승환의 리드 방식은 용덕한, 양의지와는 다르다. 체구가 상대적으로 큰 데다 무릎 수술 전력이 있어 블로킹 동작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최승환은 일단 앉은 상태에서 미트를 대고 지시하는 스타일이다. 낙차각이 큰 변화구를 선호하는 투수보다 직구라도 낮게 안정적으로 제구하는 투수에게 더 안성맞춤인 포수.
 
2008시즌이 끝난 후 김태형 배터리코치는 최승환의 투수리드 스타일에 대해 묻자 "채상병이 타자가 까다로운 코스로 공을 배분한다면 최승환은 투수의 능력을 더 살려주는 포수다"라고 밝혔다. 기본적으로 제구력을 갖춘 투수가 편하게 던질 수 있는 리드를 펼친다는 것이 김 코치의 답변.
 
이현승의 첫 경기 난조와 함께 했던 최승환은 이번에는 성공적인 리드를 보여줬다. 게다가 지난해 무릎 부상 후유증으로 후반기 자주 도루를 허용했음에도 3할3푼3리의 나쁘지 않은 도루 저지율을 보여준 최승환이라 팀 도루 공동 2위(13일 현재, 47개)팀 삼성은 도루 없이 경기를 마쳤다. 양의지와는 다른 색깔의 포수가 승리에 일조한 것.
6회 고창성에게 바통을 넘기기 전까지 74개의 공을 던진 이현승은 슬라이더보다 직구를 높게 가져가지 않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전체 투구의 절반 정도 직구를 구사한 이현승은 132~145km로 구속 편차를 주며 유리한 경기를 이끌어갔다. 투수의 능력도 대단했으나 투수를 믿고 낮은 코스 배분에 집중한 최승환의 리드도 눈여겨 볼 만 했다.
 
경기 전 최승환은 수비 훈련을 마친 뒤 "이제는 날도 풀리고 흐리지도 않아서 무릎이 괜찮은 편이다"라며 활약을 예고했다. 그의 13일 경기 성적은 그리 빼어나지 않았으나 보이지 않는 수훈은 분명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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