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 했던가.
KBS 2TV 수목드라마 '신데렐라 언니'(이하 신언니)를 보는 시청자들의 가슴 먹먹한 기다림이 계속되고 있다. 더딘 러브라인과 '대성참도가'에 거듭되는 시련들 때문이다. 이제는 누구든 행복해질 때도 됐는데, 극중 주인공들의 사랑은 시작부터 지금까지 줄곧 눈물 바람이고 '대성참도가'의 사업은 재기의 문턱 앞에서 번번이 주저앉고 만다. 그래도 '신언니' 폐인이라면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봐야 하나.
13일 방송된 '신언니' 14회에서는 은조(문근영 분)와 기훈(천정명 분)의 첫 포옹신이 등장했다. 가슴 시린 멜로가 작품을 감싸고 있지만 14회가 방송되도록 주인공들의 특별한 애정신은 등장한 적이 없었다. 기껏해야 손목을 잡고 어깨에 손을 올리고 팔짱을 끼는 정도였다. 웬만한 트렌디 드라마라면 벌써 몇 번은 나왔을 흔한 키스신조차 '신언니'에는 없다. 담백하다. 그리고 쉽지 않은 그들의 사랑이 흔한 키스신과 포옹쯤은 없어도 대사로, 연기로 충분히 극대화되었기에 괜찮았다. 하지만 이제 폐인들은 목이 무척 마르다. 문근영과 천정명, 두 선남선녀 배우들의 로맨틱하거나 눈물겨운 키스 한번쯤은 보고 싶다. 이젠 그만 울고 행복해졌으면 하는 바람이 너무 길어졌기 때문이다.

'대성참도가' 사업도 마찬가지다. 기훈의 '홍주가'로부터 끊임없는 방해를 받으면서 영문도 모르는 은조와 효선(서우 분)은 힘이 달릴 뿐이고 모든 키를 쥔 기훈과 우연히 속사정을 알게된 정우(택연 분)는 벙어리 냉가슴이다. 대성(김갑수 분)이 죽기 전부터 시작된 '대성참도가'의 시련은 그가 죽고 난 뒤에도 여전하다. 기훈의 아버지인 '홍주가' 회장과 장남 기정(고세원 분)의 알력 싸움에 기훈까지 껴들게 되면서 '대성참도가'는 만신창이가 되어가는 중이다. 14회에서 역시 일본과 맺었던 수출계약이 또 한 번 파기되고 장비 대여도 물거품이 됐다. 알고 보면 이 모두가 '홍주가' 때문이다. 사업도 사랑도 뭐하나 제대로 숨통 트이는 데가 없다. 주인공 네 남녀는 엇갈린 러브라인에서 모두가 아픔을 쌓고 있다.
은조가 기훈에게든, 기훈이 은조에게든, 정우가 은조에게든, 효선이 기훈에게든 누구 하나 속 시원히 고백해보지 못하고 가슴 속에 응어리만 키우고 있다. 극중 사랑은 아픔이고 눈물이고 상처다. 물론 우리는 예감할 수 있다. 사랑도, 사업도 모두 잘 풀려 행복해지는 날이 분명 올 것이라는 것을. 하지만 결말을 안다고 과정이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니다. 처절한 그들의 사랑과 반복되는 갈등, 지루한 시련 앞에 그 과정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은 감정을 이입했던 만큼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총 20부작으로 기획된 '신언니'는 어느덧 중반을 훌쩍 넘겼다. 네 남녀의 엇갈린 러브라인도 숨 가쁜 재기 스토리도 이제는 어떤 식으로든 가닥이 잡힐 때가 됐다. 물론 의붓자매 은조-효선, 두 여자의 관계나 은조의 친엄마이자 효선의 계모인 강숙(이미숙 분)의 행보 등 정리돼야 할 것들은 여러 가지다. '폐인'이라면 기다림 쯤은 길어져도 괜찮다. 그에 대한 보상만 있다면. 보상이 꼭 해피엔딩이란 보장은 없다. 물론 해피엔딩이면 더욱 좋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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