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우, "결과가 나쁘다고 과정이 틀린것은 아니다"(인터뷰)
OSEN 봉준영 기자
발행 2010.05.14 09: 00

배우 박용우는 1년 동안 조선시대 백정출신 의사로 살았다. 배우로서 좀 더 깊어진 눈빛과 성숙된 연기를 자랑했지만, 정작 그가 출연한 SBS 드라마 '제중원'은 사회적으로도 결과적으로도 그리 큰 파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배우로서 한 작품에 열과 성을 다한 만큼 후회는 없지만, 결과로 비춰지는 시청률이란 잣대에 아쉬움과 좌절을 느끼는 것도 어쩔 수 없는 과정이다.
#. '제중원'과 박용우, 과정과 결과의 상관관계?

드라마 '제중원'이 끝난지 열흘 남짓 지난 어느 날, 따스한 봄 햇살이 비치는 한 찻집에서 박용우를 만났다. 10개월 여간 이어졌던 빡빡한 드라마 촬영을 끝내고 조금은 여유를 가졌다지만, 여전히 '제중원'의 그 어딘가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모습이 역력했다.
시원섭섭. 박용우가 '제중원'을 끝낸 소감이다. 36부작이라는 대작, 촬영기간만 10개월이 넘었던 긴 호흡의 드라마를 마친 만큼 당연한 이야기일 것이다. 작년 9월 첫 촬영을 시작해 10월부터 한겨울 날씨를 견뎌내야 했고, 올해 유난히 추웠던 겨울 같은 봄, 4월에 촬영을 마쳤다. 이제 더이상 추위에 떨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박용우는 "시원하다"고 했다.
"더 잘할 수 있었는데...이제 다시 '제중원'으로 돌아갈 수 없구나"하는 섭섭한 마음이 드는가 하면 "연기적인 부분에서 많은 것을 배웠고 내 스스로 더욱 단단해진 것을 느낀다. 무엇보다 주위의 격려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지난 시간들에 의미를 부여했다.
작품의 완성도나 배우들의 연기 면에서 '제중원'은 나무랄 데 없는 작품이었지만, 시청률 면에서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 지난 1월, 10%중반의 시청률로 나쁘지 않은 출발을 했던 '제중원'은 막판 10%까지 떨어지며, 종영을 맞았다.
"시청률 부분에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작품이란 것이 어쩔 수 없이 결과로써 보여줘야 하는 것들이 있다. 시청자들이 과정을 알 수 없는 일 아니냐. 과정은 좋았지만, 결과는 생각보다 좋지 않았다. 약점들이 많이 보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참여하는 과정에서 나를 비롯 모든 사람이 최선을 다했다. 그 부분에서 순수하게 칭찬을 해주셨으면 한다."
 
그렇다면 시청자들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왜 시청률은 기대에 못 미쳤을까. 이에 대해 박용우는 "좋은 결과 역시 그렇지만 안좋은 결과의 원인역시 수만 가지일 것이다. 우리 드라마가 착한 드라마로 자극적이지 않아서 시청률이 높지 않았다면, 그럴 수도 있고, 반대로 인기를 모았다면 그 점이 장점이 됐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분석이란 것은 의미가 없다. 다만 그런 과정이 다음에 더욱 나아지면 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 "착하지도 나쁘지도 않고 싶다"
7년여 만에 브라운관으로 돌아온 박용우는 그동안 영화에만 출연했던 이유에 대해 묻자 "굳이 영화와 드라마를 구분 짓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시스템상 조금은 다른 점이 있을 수 있지만, 연기하는 것은 다 똑같다. 특히 난 긍정적으로 살고 싶어 두 가지의 장점만 보고 싶다. 드라마든 영화든 연기를 할 수 있는 어디든 난 좋다."
박용우는 그동안 '혈의 누', '핸드폰' 등의 작품에서 광기 넘치는 살인마로 분하기도 했으며, '뷰티풀 선데이', '조용한 세상' 등에서는 반대로 형사 역을 맡았다. '달콤, 살벌한 연인', '작업의 정석' 등 로맨틱 코미디 영화에서는 어설프지만, 귀여운, 약간의 4차원적인 인물을 연기했다.
이처럼 다양한, 특히 악역에서 이번 '제중원'처럼 착하고 올곧은 인물로의 변신이 자유로운 박용우는 "자극적이고 센 역할들은 오히려 연기하기 더 편하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너무 00한' 것들은 보는 이도 연기하는 이도 수월하다는 것이다.
"너무 바보스러운, 너무 독한, 너무 뭐뭐한, 자극적인 것들은 대중들에게 기억도 잘 남고 연기의 축을 잡기도 쉽다. 그러나 연기하는 사람 입장에서 어려운 것은 이도저도 아닌 인물이다. 감정의 높낮이가 크지 않은 인물. 장르로는 로맨틱 멜로 말로, 정통 멜로? 디테일이 강한 연기를 하고 싶다. 감정의 높낮이도 없고, 무미건조하지만,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을 절제된 표현력으로 연기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
 
독실한 크리스찬인 박용우는 악역을 통해서도 착한 역할을 통해서도 스스로를 정화시킨다는 말을 덧붙였다. 착한 역할을 하면, 부담이 있지만, 내 마음이 정화된다는 것이다. '제중원'에서 그랬듯 박용우는 "그동안 쌓여왔던 죄를 정화시켰다. 개인적으로 황정이란 인물을 맡고 많이 성숙했다. 예전에는 남의 탓을 많이 했다면, 이제는 다 받아들이고, 나에게 책임을 돌린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악역을 할 때 박용우는 참아왔던 것을 폭발해 다시 선한 삶을 살 수 있게 해준다고 했다. "사람이 너무 참으려고만 하면 힘들 것이다. 나쁜 역할은 욕은 먹을 수 있지만, 후련하고, 내 마음 속에 무언가를 확 터뜨려 준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제중원'을 끝낸 박용우는 개구리소년 사건을 영화화한 영화 '아이들' 촬영을 준비 중에 있다. 올해 목표를 묻자 박용우는 "모든 것을 의도적으로 계획하는 것은 오버다. 분명한 것은 '제중원'의 황정과는 다른 연기를 보여줄 것이라는 거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영화는 스릴러이면서 뭔가 특이하고 색다른 영화라 기대가 크다"고 전했다.
"항상 행복하고 싶다"는 박용우. 그는 "사람과의 인연을 통해 행복을 배운다"고 했다. "요즘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분들을 도와드리고 싶은 마음이 있다. 일방적인 도움이 아닌, 그들을 도와주면서 나 역시 에너지를 받고 싶다. 예전에는 오로지 연기만 생각했다면, 지금은 그런 외적인 부분과 삶을 연관되게 살고 싶다. 삶을 통해 연기를 배우고 연기를 하며 삶을 배우고 싶다." 그것이 배우 박용우, 인간 박용우의 작은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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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영민 기자 ajyo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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