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욱이도 잘던졌던 기억이 난다".
'용심장' 박현준(24)의 호투가 '전천후 스윙맨' 이영욱(30)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박현준은 13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 4이닝 동안 4피안타 6탈삼진 1볼넷으로 2실점(1자책)하면서 팀의 7-4 승리에 발판을 마련했다. 비록 승리투수가 되지는 못했지만 첫 선발 데뷔전이었다는 점에서 인상적인 피칭이었다.

김성근 SK 감독도 "어려운 경기를 예상했는데 박현준이 경기를 잘 만들어줘 이길 수 있었다"고 만족스런 평가를 내렸다.
특히 김 감독은 이날 박현준의 피칭에 대해 "이영욱도 롯데전에 선발로 나가 잘하지 않았나"면서 회상했다. 둘 모두 사이드암이라는 닮은 피칭스타일도 있지만 상대가 롯데였다는 점에서 언급한 말이었다.
현재 공익근무로 군 복무 중인 이영욱은 2007시즌 김성근 감독 부임 후 선발과 중간을 오가는 '전천후 스윙맨'으로 활약을 펼쳤다. 특히 본격적인 '롯데 킬러'로 이름을 날렸다.
이영욱은 2007년 26번의 등판 중 10번을 선발로 나왔다. 이 중 5차례가 롯데전 선발이었다. 성적도 나쁘지 않아 2승 무패에 평균자책점은 3.92였다. 롯데의 홈인 사직구장에서는 7이닝 동안 평균자책점이 '0'을 기록했다.
그 해 이영욱의 첫 선발 등판은 4월 25일이었으며 상대는 롯데, 장소는 사직구장이었다. 당시 이영욱은 6이닝 동안 5피안타 1사구 2탈삼진으로 2실점, 팀의 7-3 승리를 이끌며 시즌 선발에서 첫 승을 안았다.
이영욱은 2008시즌에도 총 19번 중 롯데전에만 6경기에 나왔다. 또 이 중 3경기를 선발로 마운드에 섰다. 그 해 롯데를 상대로 1승 무패에 2.55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역시 시즌 첫 선발 등판이었던 6월 6일은 사직 롯데전이었고 6이닝 2피안타 3볼넷 1사구 5탈삼진으로 1실점하면서 시즌 첫 승을 올렸다.
결국 박현준의 프로 데뷔 첫 선발 등판이 투구폼, 장소, 상대가 같았다는 점에서 김 감독으로서는 이영욱을 떠올릴 수 밖에 없었다.
사실 박현준이 1군에 오른 계기는 2군에서의 활약 때문이었다. 박현준은 지난 7일 두산과의 2군 경기에서 완투승을 따냈다. 9이닝 동안 4피안타 3사사구 7탈삼진으로 2실점하면서 팀의 3-2 승리를 결정지었다. 김 감독으로서는 "좋을 때 써보자"는 생각이었는데 적중했고 피칭 모습과 상황에서 이영욱을 떠올린 만큼 박현준은 1군에서 자주 등판할 것으로 보인다. 또 한 번 기회를 잡은 박현준이 이영욱의 역할을 얼마나 소화해낼지 궁금하다.
한편 오는 12월 제대하는 이영욱은 고향인 대구에서 얼마전 인천으로 주소지를 옮겨 공익근무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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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현준-이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