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떠납니다".
SK 나이츠의 '람보 슈터' 문경은(39)이 14일 서울 을지로 SK텔레콤 본사 19층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가졌다. 서정원 SK 단장과 신선우 감독과 함께 동석한 문경은은 눈물을 글썽이며 은퇴의 소회를 밝혔다.
문경은은 연세대 시절 대학팀 사상 첫 농구 대잔치 우승을 이뤄내며 농구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1997년 삼성전자에 입단한 이후에는 2000-2001 시즌 삼성 썬더스의 프로 첫 우승 주역으로 활약했다.

특히 문경은은 프로 통산 1669개의 3점슛을 성공시키며 프로 통산 최다 기록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명품 3점슛을 선보여 '람보슈터'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또 그는 지난 2002년 아시안 게임에서는 국가대표 주전 슈터로 활약하며 20년만에 한국 농구를 아시아 정상에 올려놓기도 했다.
문경은은 "30년 동안 뛰었던 코트를 떠난다고 하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면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여왔던 선배들과 다르게 웃으면서 떠나고 싶다. 농구를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얻었다. 앞으로 훌륭한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난 시즌 부상선수가 많아 출전 기회가 많았다. 선수 생활 마지막에 열심히 뛰면서 기회를 얻게 됐다"면서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였을 때 떠나는 것이 좋아 보였다. 그리고 20살 때 마흔에 은퇴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좋은 후배들도 많기 때문에 지금 은퇴를 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삼성에 이어 전자랜드를 거쳐 2006년 1월 SK에 입단한 문경은은 앞으로 전력분석 코치로 활동하게 된다. 문경은은 1997~1998시즌부터 프로 13시즌 동안 통산 610경기 출전해 9347점(평균 15.3점), 1254리바운드(평균 2.1개), 1351어시스트(평균 2.2개)를 기록했다. 특히 3점슛은 1669개(평균 2.7개)로 역대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문겨은은 이상민(38) 우지원(37) 등 대학 후배들이 줄줄이 은퇴하면서 많은 고민을 한 것으로 설명했다. 그는 "둘의 은퇴가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다"고 대답했다.
30년간의 선수생활을 정리해 달라는 말에 "첫째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대표선수가 처음 됐을 때 어머니와 함께 울었던 기억이다"면서 "2000년 삼성에서 우승을 한 후 SK로 이적해서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했다. 그것이 SK에 정말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은퇴를 하게 됐다"고 대답했다.
또 그는 "태릉선수촌에서 맨날 장난치던 친구들과 함께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ABC 대회서 우승을 차지했던 것이 잊혀지지 않는다"면서 "농구대잔치 시절이 가장 즐거웠던 시절이라고 생각한다. 멤버가 좋았던 것도 있지만 성인농구를 접하기 위해서 1~2학년때까지 노력했던 것이 4학년서 결과를 얻은 것 같다. 그것으로 '람보슈터'가 이어질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많은 팬들에게 사랑을 받은 문경은은 "미안하다는 말 밖에 할 말이 없다"면서 "대부분의 팬들이 10년 넘게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자기의 생업이 있는 가운데서도 지방까지 찾아오는 팬들이 너무 고맙다. 선수생활을 마친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고 고마움을 표현했다.
문경은은 후배들에게 해줄 말이 있냐는 질문에 대해 "슈터는 즐겁고 자신감 넘치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려면 정말 열심히 연습하고 노력해야 한다"면서 "SK 구단에서 여러가지 기회를 주셨다.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대답했다.
한편 신선우 감독은 "어떤 형태로든 은퇴하면 아쉬움은 남게 되어 있다"면서 "그러나 지금까지 좋았던 것들을 잘 활용해서 지금의 아쉬움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지도자로서 역량을 발휘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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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