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자보의 부활
[이브닝신문/OSEN=김미경 기자] 올 봄 대학가의 게시판에 ‘대자보’(大字報)가 귀환하고 있다. 고려대 자퇴생 김예슬씨(여·24)의 대학 거부 선언 대자보가 파문을 일으킨 후 일부 대학게시판에는 학생들의 절규가 담긴 글들이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다.
1970, 80년대는 대자보의 시대였다. 그 시절 대학교정의 담벼락, 창문, 계단, 화장실 등 눈에 띄는 공간에는 늘 대자보가 있었다. 군사정권의 아류로 이어지는 권력의 흐름 속에서 대자보는 청년들의 작은 저항의 몸짓이었던 셈이다.

지난 3월10일 김예슬씨가 고려대 정경대에 붙인 대자보 옆에는 2주만에 총 15건의 대자보가 붙었다. 서울대, 연세대, 이화여대 등에서도 기업화된 대학을 비판하는 대자보가 이어지고 있다.
최첨단 디지털시대를 맞아 TV, 신문 등 정통 매스미디어의 위기가 거론되는 이때 대자보의 부활은 꽤 아이러니컬하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대자보가 사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종이신문의 흥망성쇠를 논하는 이유와 다르지 않다. 학생들은 아날로그적인 학교 게시판 대신 휴대폰 메시지 등을 더 선호했다. 학교 게시판에 직접 쓴 대자보나 일정을 알리는 현수막의 경우엔 자칫 일정을 확인 못하는 상황들이 빈번히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이번 대자보의 부활은 반짝 효과일 수도 있다. 하지만 경쟁의 소용돌이에서 소통이 막힌 대학과 사회가 바뀌지 않는다면 학생들의 외마디 절규는 계속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자보(大字報)
우리나라의 대학가에서 내붙이거나 걸어 두는 큰 글씨로 쓴 글. 중국 인민이 자기의 견해를 주장하기 위하여 붙이는 대형의 게시문에서 유래했다. 벽보 또는 벽서라고 순화해 불린다.
kmk@iev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