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는 커브를 거의 안 던졌어요. 포크볼이나 서클 체인지업도 없었고".
3년 전 한국시리즈 최종전에서 눈물을 떨궜던 소년은 이제 프로 4년 차 청년이 되어 선발 2연승을 달렸다. 붙박이 선발로 발돋움할 기회를 잡은 임태훈(22. 두산 베어스)이 이번에는 완급 조절투로 설욕했다.

임태훈은 14일 문학 SK전에 선발로 등판해 5이닝 동안 84개(스트라이크 55개, 볼 29개)의 공을 던지며 5피안타(1피홈런, 탈삼진 3개, 사사구 1개) 2실점으로 12-8 경기의 선발승을 거뒀다. 선발 데뷔 2경기서 모두 승리를 거둔 동시에 팀의 3연승을 견인한 값진 1승이었다.
특히 3년 전 같은 곳에서 프로 데뷔 후 첫 선발 기회를 잡았으나 고배를 마셨던 전력을 설욕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컸다. 지난 2007년 10월 29일 SK와의 한국시리즈 6차전서 임태훈은 팀의 선발 투수로 나섰으나 4⅔이닝 5피안타(2피홈런) 3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되어 SK의 우승을 반대편에서 지켜봐야 했다.
"홈런 2방에 훅 갔지요"라며 당시를 떠올린 임태훈. 2007, 2008 한국시리즈서 홈런을 빼앗은 김재현에 지난해 플레이오프서 뼈아픈 한 방으로 흔들었던 박정권에 대한 봉쇄책을 묻자 그는 또 한 번 씨익 웃었다.
"계투로 뛸 때도 그렇고 첫 선발 기회 때와 지금의 제가 다르니까요. 그 당시에는 그저 직구-슬라이더로 상대 타자에 대응했습니다. 이제는 그동안 자주 구사하지 않았던 커브나 포크볼, 서클체인지업을 꺼내들 때라고 생각해요".(웃음)
마운드에 오른 그는 자신이 가진 공을 확실히 보여주고자 노력했다. 비록 가슴의 상처를 새겼던 김재현에게 1회 솔로포를 내주고 3회 정근우에게 1타점 2루타를 내주기는 했으나 타선 지원 속에 부담없이 직구 위주의 투구에 간간이 변화구를 섞었다. 3년 전 자신으로부터 홈런을 빼앗은 주인공들에게 내준 타점은 아쉬웠지만 그래도 승리투수라는 수식어에 부끄럽지 않은 투구를 보여줬다.
계투로 전지훈련을 보냈던 만큼 여느 선발투수처럼 많은 투구수를 기록하기 힘들었던 임태훈. 그러나 그는 제약 속에서도 자신의 꿈을 제대로 현실화하기 위해 '완급조절'이라는 조미료를 섞어 선발다운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 다음 경기서 완벽한 설욕전에 성공할 것인지 여부는 이제 그의 오른 어깨와 팔꿈치에 달렸다.
<사진> '2010 CJ마구마구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14일 오후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렸다.
5.5경기 차로 앞서 있는 SK가 2위 두산을 상대로 선두자리를 확실히 굳힐지 두산이 SK 상대로 정상탈환의 디딤돌을 놓을지 관심거리다.
1회말 두산 선발투수 임태훈이 역투하고 있다./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