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가 잘되고 있으니 방망이도 곧 살아날 것이다".
경기 전 김시진 넥센 히어로즈 감독의 믿음은 대단했다. 붙박이 3루수 황재균(23)에 대한 신뢰감이었다.
김 감독은 14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에 3루수 겸 9번 타자로 선발 출장시켰다. 테이블 세터가 김 감독이 바라는 황재균의 자리였지만 아직 때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최근 김민우도 잘해주고 있다.

황재균은 왼손목 통증을 딛고 지난 11일 광주 KIA전을 통해 복귀했으나 아직 타격감이 좋지 않았다. 복귀 이후 단 1개의 안타도 때려내지 못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수비든 공격이든 하나가 되면 나머지도 언젠가 제 컨디션으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둘 다 좋지 않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황재균의 경우는 수비가 괜찮다"면서 "타격은 결국 흐름을 타기 때문에 곧 좋아질 것"이라고 낙관했다.
황재균은 김 감독의 믿음에 곧바로 부응했다. 황재균은 2회 2사 만루에서 깨끗한 선제 2타점 좌전적시타로 팀 타선을 이끌었다. 이어 3회 2사 1, 2루에서는 황재균의 우중간 적시타를 터뜨렸고 4회에는 사실상 승부를 결정짓는 그랜드슬램을 뽑아냈다.
만루홈런은 황재균의 프로 첫 경험이었다. 시즌 첫 안타가 시작되자 봇물 터진 듯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3안타 3득점 7타점 1볼넷.
경기 후 황재균은 "캄캄한 방에서 밝은 곳으로 나올 수 있는 문고리를 잡은 느낌"이라며 의미있는 미소를 지었다. 타격감을 찾은 데 대한 반가움과 자신하지 않고 더욱 집중해서 활약을 펼쳐보이겠다는 의미였다.
이어 "캠프 때부터 손목이 안좋았는데 욕심이 지나쳐 부상이 심해졌다"는 황재균은 "오늘 좋았다고 내일 자만하지 않고 이제 시작이라는 기분으로
경기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올시즌 목표에 대해서는 "부상으로 더 이상 결장하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시진 감독은 "어제 광주경기가 끝나고 새벽에 도착했는데 선수들이 집중해 준 덕분에 경기 초반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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