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첫 선발승' 김상수, "달라진 것 유니폼만 아니다"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0.05.15 07: 39

"지난해 5월과 올해 5월이 달라진 것은 유니폼만이 아니다".
넥센 히어로즈 우완 투수 김상수(22)가 5전6기 끝에 프로 데뷔 첫 선발승을 신고했다.
김상수는 14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 5이닝 동안 6피안타 6볼넷 4탈삼진으로 3실점, 팀의 18-5 대승에 발판을 마련하며 시즌 첫 승을 올렸다.

그토록 고대하던 승리였다. 스프링캠프에서 선발 수업을 받았지만 자리를 잡지 못한 채 불펜에 머물렀다. 4경기 연속 중간 투수로 등판하던 김상수는 김수경이 자진해서 2군으로 내려감에 따라 선발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5경기 연속 시원치 않았다. 프로 첫 선발 데뷔전이었던 지난달 11일 목동 SK전에서는 1이닝 2실점으로 초반에 무너졌다. 17일 대전 한화전에서 5이닝(3실점)을 소화했지만 이후 이날까지 한 번도 5회를 넘기지 못했다.
김상수는 계속해서 기회를 주는 코칭스태프에게 미안했다. 그런 만큼 더 집중하려 노력했다.
마침 2006년 2차 15번으로 지명된 후 작년까지 몸담았던 삼성전에 선발 통보를 받았다. 기회이자 모험이었다. 김상수는 작년 12월말 좌완 투수 박성훈과 함께 넥센 유니폼을 입었다. 야구계에서 큰 화제를 불러모은 현금 20억 원이 포함된 트레이드의 주인공이었다. 하지만 분명 김상수에게는 새로운 기회였다.
삼성 타자들은 김상수를 너무 잘알고 있었고 김상수 역시 그랬다. 오히려 이런 부담이 집중력을 놓지 않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김상수는 든든한 타선의 지원사격 속에서 꿋꿋하게 버텼다. 그리고 홀가분한 첫 선발승을 신고했다. 통산 세 번째 승리를 고대하던 선발승으로 추가한 것이다.
김상수는 경기 후 "지난해 5월과 올해 5월이 달라진 것은 유니폼만이 아니다"고 의미있는 소감을 밝혔다. 작년 5월 김상수는 첫 구원승을 거뒀다. 그러나 김상수에 대한 기대치가 낮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넥센에서는 어엿한 선발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부진한데도 선발자리를 꾸준히 맡겨주신 감독님과 코치님께 감사하다"는 그는 "야수들 덕분에 편하게 던질 수 있었다"고 동료들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또 "경기 전 (장)원삼이형을 비롯해 우리 팀 동료 및 삼성 선후배들이 모두 격려해줬고 평소 감독님과 코치님도 자신감을 잃지 말라고 얘기해주셨다. 그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김상수는 "처음에는 서로를 너무 잘 알고 부담이 됐다"면서도 "막상 윽박지르면서 던지니 삼성 선수들이 못치는 느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선발승 고지를 밟고 보니 과정에 대한 아쉬움이 더 크게 밀려왔다.
김상수는 "솔직히 볼넷을 많이 주는 바람에 많이 기쁘지는 않다"고 이날 자신의 경기 내용을 돌아본 후 "볼넷이 없었다면 정말 기뻤을 것이다. 점수차가 커서 다행이었지 아니었다면 교체될 뻔 했다"이라고 아쉬워했다.
또 김상수는 "포수 유선정이 잘 리드해줬고 3회 도루하던 이영욱을 잡아줘 힘이 됐다"고 말한 후 "(배)힘찬이형, (김)성현이, (고)원준이가 선발승을 따낸 것이 없잖아 동기부여가 됐다. 원준이는 후배지만 정말 배울 점이 많았다"고 강조했다.
"이제 조금 자신이 생긴다. 다음에 또 기회를 잡는다면 오늘보다는 좀더 잘 던질 자신이 있다"는 그는 "내일(15일) 스승의 날이라 선동렬 감독님께 인사를 드려야 하는데 밉상으로 보이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머리를 긁적였다.
목표에 대해서는 "팀이 무조건 4강에 들도록 노력하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풀타임으로 선발로 뛰며 로테이션을 지켜나가야 한다"고 의지를 다졌다.
김시진 감독은 경기 후 "상수는 한 번 더 볼 것"이라며 다음 선발 등판을 보장한 후 "상수도 다른 선수의 호투가 자극이 됐을 것이다. 젊은 투수들을 끊임없이 경쟁시키며 선발진을 꾸려나가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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