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어친' 6홈런과 김현수의 '타구 분포'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0.05.15 08: 15

아직 당겨친 홈런이 없다. 히팅 타이밍이 아직 맞아 떨어지지 않았다는 이야기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힘이 좋다는 이야기. 4번 타자 보직에서 전보다 홈런에 비중을 두고 2010시즌을 뛰는 김현수(22. 두산 베어스)의 이야기다.
 
김현수는 지난 14일 문학 SK전서 1회 쐐기 스리런에 7회 솔로포 등 5타수 3안타 4타점을 올리며 팀의 12-8 승리에 공헌했다. 이날 활약으로 김현수는 타율을 3할2푼1리(14일 현재)로 끌어올렸다. 6홈런 25타점.

 
특히 올 시즌 김현수의 홈런 중 우측으로 향한 타구가 하나도 없다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 김현수의 6홈런 중 4개는 좌월 홈런이었으며 1개가 좌중간 담장을 넘었고 또 하나가 중월 홈런이다. 외야 오른쪽으로 당겨친 홈런은 아직 없다.
 
아직 선수 본인이 원하는 히팅 포인트는 맞지 않는다는 뜻과도 같다. 김현수 또한 4홈런 째까지 "밀어치는 홈런이 나왔다는 점은 '확실히 힘은 있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하지만 아직 내가 원하는 타격은 아닌 것 같다"라며 아쉬움을 비췄다. 그러나 14일 경기 후 김현수의 이야기는 달랐다.
 
"투수들이 바깥쪽으로 공을 제구하더라. 그래서 아웃 코스의 공을 밀어치고자 했고 운 좋게 홈런이 되었다. 밸런스보다는 타이밍이 적절히 맞았다고 생각한다".
 
시범경기 개막과 함께 기본 타격 매커니즘은 그대로 둔 상태에서 약간의 변화를 주던 김현수는 지난 12일 잠실 삼성전이 끝나고도 불펜으로 나서 스윙 연습에 열중했다. 타격폼을 그대로 둔 대신에 왼발을 내딛는 동작에 더 힘을 싣는데 주력한 것.
 
"타격폼은 바꾸지 않았다"라며 싱겁게 웃어보인 그였지만 힘껏 오른발을 내딛는 동작에서 임팩트 순간 확실히 힘을 내뿜겠다는 노력을 대번에 알 수 있었다. 리듬감 있는 스윙 속에 적절한 히팅 타이밍에 맞춘 타격을 원했던 김현수는 의도적인 밀어치기로 일단 자신감을 찾은 셈이다.
 
밀어쳐서 좋은 타구가 연일 나온다는 점은 오히려 김현수에게 호재가 될 수 있다. 극단적으로 몸쪽 공을 고수하지 않는 한 상대 측에서 수비 시프트를 고정시키기가 난감하다. 여기에 밀어친 홈런이 나온다면 상대 투수에게는 더 큰 위압감을 줄 수 있다. 김현수 이전 팀의 4번 타자를 맡았던 김동주가 높은 점수를 얻었던 이유는 바로 밀어쳐서도 좋은 타구를 양산한다는 점도 컸다.
 
홈런 여부를 제쳐두고도 김현수의 타구 분포도는 좌우 대칭형에 가까운 부챗살 궤적을 그린다. 외야 좌측 타구가 37.6%의 비율을 차지하며 우측으로는 38.5%, 중앙으로는 23.9%의 타구 분포율(자료 출처:www.statiz.co.kr)을 나타낸다. 풀히터 거포를 꿈꾸는 김현수지만 현재 모습도 결코 나쁜 것은 아니다.
 
"필요한 상황에서 적절한 홈런과 타점을 올리고 싶다"라는 각오를 밝힌 김현수. 극단적으로 당겨치는 중심 타자가 아닌 '부챗살 타법'으로 시즌 초를 보내고 있는 그의 타격이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 지 더욱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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