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승' 왈론드, 그가 남긴 '과제'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0.05.15 20: 52

올 시즌 가장 좋은 투구를 보여줬다. 그러나 투구 내용 속에는 아쉬움도 분명히 남았다. 미국 출신 좌완 레스 왈론드(34. 두산 베어스)가 일단 단두대에서 목을 빼내는 데는 성공했다.
 
왈론드는 15일 문학 SK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4피안타(탈삼진 6개, 사사구 3개) 2실점으로 시즌 첫 승에 성공했다. 이날 투구로 왈론드는 시즌 평균 자책점을 10.80에서 8.10(15일 현재)으로 끌어내렸다.

 
최고구속은 141km에 그쳤으나 카운트를 이끈 슬로커브와 슬라이더-투심의 움직임이 좋았다. 커브의 최저 구속은 106km로 구속 편차는 35km. 떨어지는 궤적이 좋았고 결정구로 내세운 슬라이더는 탈삼진 6개를 이끌었다.
 
그동안 함량미달 피칭으로 인해 퇴출 직전에 이르렀던 왈론드였으나 다승 1위(7승) 카도쿠라 겐과의 맞대결에서 밀리지 않았다는 점은 높이 살 만 했다. 그러나 경기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는 동시에 계투진 부하 여부에 신경을 써야하는 두산의 팀 상황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는 기록이었다.
 
이날 승리 요건 5이닝을 소화하면서 왈론드가 기록한 투구수는 97개(스트라이크 58개, 볼 39개). 이닝 당 평균 19.4개의 공을 던진 꼴로 투구 소모도가 높았다. 때문에 두산은 6회말 돌입과 함께 7,8회 투입 요원인 셋업맨 정재훈을 조금 더 빨리 마운드로 올려야 했다. 여기에 필승계투인 잠수함 고창성마저 4일 연속 강행군 등판하는 연쇄 효과까지 이어졌다.
 
김경문 감독은 시즌 전 왈론드에 대해 "요코하마 시절 동영상을 보니 스트라이크 존 모서리를 공략할 줄 아는 투수가 된 것 같다"라며 "완투형 투수가 되어달라는 부탁은 하지 않겠다. 대신 기본적으로 퀄리티스타트를 할 줄 아는 투수였으면 한다"라고 기대감을 비췄다.
 
그러나 이날 왈론드는 최소 승리 요건만을 충족한 채 마운드를 물러났다. 낮게낮게 제구해 쉽고 안정적인 투구를 펼쳤다기보다는 타이밍을 흐트러뜨리는 공의 탄착군이 들쑥날쑥해 투구수가 늘어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고 결국 계투진 조기 투입으로 이어졌다. 다음 그리고 그 다음 경기를 생각했을 때 결코 바람직한 투구는 아니다. 
 
또한 초반 주자 출루 시 급격히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도 지적 사항으로 꼽을 수 있다. 팔뚝 통증이 사라진 뒤 왈론드는 주자 견제 동작 및 셋포지션 투구를 빠르게 이어가는 데 집중했으나 아직 만족할 만한 성과를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1회 최정을 잡기 위해 1루 견제구를 던졌으나 이는 1루수 최준석이 잡기 어렵게 날아갔고 결국 2루 도루를 내주며 선실점의 빌미가 되었다. 지난해 요코하마 시절에도 왈론드는 주자 견제 및 땅볼 타구 처리 등 1루로 공을 던질 시 극도로 불안한 모습을 비췄다.
 
좋은 무브먼트를 앞세워 첫 승을 거둔 만큼 왈론드는 일단 퇴출의 칼날에서 조금 물러선 상황. 그러나 시즌 초 볼을 남발하는 등 연속 부진투로 감독의 신임을 상당 부분 잃어버렸던 왈론드가 다시 믿음을 찾기 위해서는 더 나은 활약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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