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한 승리 계투가 전날 경기서 체력을 소진한 만큼 다음 선발 투수를 계투로 투입하는 고육책이 나왔다. 그러나 이는 패배로 가는 지름길로 이어졌다.
두산은 16일 문학 SK전서 4-2로 앞선 7회말 2사 1,2루서 선발 김선우를 내리고 켈빈 히메네스를 마운드에 올렸으나 김재현의 역전 결승 우월 스리런으로 4-6으로 패하고 말았다. 이날 패배로 두산은 선두 SK에 2경기 반 차로 다가설 수 있던 기회서 4경기 반 차로 격차를 넓히고 말았다.

사실 이날 경기서 두산은 선발 김선우가 많은 이닝을 소화해야 했다. 전날(15일) 선발로 나선 레스 왈론드가 5이닝 2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기는 했으나 이후 정재훈-고창성이 모두 마운드에 올랐던 만큼 믿을만한 셋업맨을 올릴 수 없던 상황에서 히메네스를 원포인트 릴리프로 투입한 것.
현재 두산은 왼손 릴리프 요원이 전무한 상태다. '오른손 투수라도 좌타자를 잘 막을 수 있으면 되는 일'이라는 생각을 지닌 김 감독은 던지는 손에 관계없이 승부처에서 맡길 계투 요원이 없는 상황에서 히메네스를 계투로 투입하는 강수를 던졌다.
과거 투수 분업화가 정착되기 전까지 자주 볼 수 있는 장면이었고 포스트시즌 같은 단기전에서도 선발요원을 끌어쓰는 모습을 종종 발견하게 마련. 그러나 시즌 막판 순위 싸움을 벌이는 순간도 아니고 3.5경기 차 1-2위 팀의 대결에서 김경문 두산 감독은 1선발을 계투로 투입했다.
어떻게 보면 선발 등판 이틀 전 거치는 불펜피칭을 대신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불펜피칭과 실전 등판은 엄연히 다르게 마련. 투구 스케쥴에 맞춰 등판하던 히메네스는 초구부터 높은 공을 던지며 불안감을 노출하다 경험 많은 베테랑 김재현에게 몰린 슬라이더(133km)를 던졌다. 김재현은 이를 놓치지 않고 제대로 당겨 우월 3점홈런으로 연결했다.
확실한 승리를 위해 지금 시기에서 보기 힘든 무리수를 던진 두산. 그러나 히메네스 계투 투입은 역전패의 빌미가 된 동시에 그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약한 선발진으로 인해 자주 조기투입되던 승리 계투를 쓸 수 없던 두산 투수진의 약점을 비춘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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