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잠실야구장 내 2만 7000명의 관중석. 그리고 그라운드에서 뛰고 있는 20명의 양팀 선수들 가운데 LG 트윈스 선발투수 '눈물왕자' 이형종(21)이 자신을 믿고 기다려준, 다시 기회를 준 LG 트윈스 팬들과 선수들, 그리고 코칭스태프에게 '속죄투'로 프로 데뷔 첫 승을 올렸다.
이형종은 1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5피안타 2볼넷 2실점(2자책) 2탈삼진을 기록했다. 2회초 강민호에게 맞은 2점홈런을 제외하고는 완벽에 가까운 피칭을 했다.
이형종은 경기 시작 30분을 앞두고 1루측 불펜에서 몸을 풀기 시작했다. 지난 밤 한 숨도 못 잤던 탓일까. 예상했던 것보다 몸에 힘이 많이 들어가며 투구 밸런스가 좋지 않았다. 그러나 이형종은 그토록 바라던 1군 마운드에 올라서는 순간 다시 마음이 차분해지기 시작했다. 몸에서 힘도 빠졌다. 그래서 투구 밸런스를 완벽하게 잡을 수 있었다.

이날 마운드 위에서 74개(스트라이크 44개)의 공을 던진 이형종은 자신의 주무기인 직구를 44개나 던졌다. 직구 최고구속 152km가, 5회초에도 145~148km를 꾸준히 찍혔다. 우타자 바깥쪽으로 예리하게 꺾여 나가는 슬라이더 역시 19개를 던져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120km 중반의 슬라이더로는 스트라이크를 잡았고, 130km 중반의 슬라이더로는 헛스윙을 유도했다. 간간히 던진 9개의 스플릿터 역시 낮게 제구 되며 타자들을 괴롭혔다.
현장에서 이형종의 투구를 지켜본 LG 김진철 스카우트 팀장은 "타선이 강한 롯데를 상대로 매우 잘 던졌다"며 "오늘 승리를 통해 형종이에게 큰 자신감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해 정찬헌, 한희처럼 기회가 주어진다면 잘 할 것"이라며 "현재 그 기회가 주어졌고 나머지는 자기 몫이다. 과거의 모든 것 다 잊고 야구에만 전념하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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