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 벌인 마지막 평가전서 선제골의 주인공은 '영건' 이승렬(21, 서울). 이날 그의 모습에서는 지난 2002년 역시 21세이던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오버랩됐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지난 16일 밤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0 남아공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한 조에 속한 아르헨티나전 모의고사 상대인 에콰도르와 평가전에서 이승렬(서울)과 이청용(볼튼)의 연속골로 2-0으로 승리했다.
후반 21분 이동국(전북)과 교체로 그라운드에 나선 이승렬은 염기훈이 백헤딩으로 떨어트린 볼을 아크 정면까지 드리블한 뒤 에콰도르 수비진의 육탄방어가 이어지기 전 절묘한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구자철(21, 제주) 김보경(21, 오이타)과 함께 '영건 3인방'으로 예비엔트리 30명에 들어간 이승렬은 깔끔한 결정력으로 막혀 있던 한국의 공격력에 물꼬를 확실하게 텄다.
지난해 이집트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8강 진출을 이록한 이승렬은 활약이 크지 않았다. 경기 출전시간 보다 벤치에서 앉아있던 시간이 많았던 것. 하지만 기회를 얻으며 차츰 성장한 이승렬은 지난 2월 동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도 2골을 뽑아내며 허정무 감독을 흐뭇하게 했다.
어린 선수답게 골맛을 본 이후에는 한껏 상승세를 타 에콰도르 수비 진영을 마음껏 휘젓고 다녔다. 이승렬이 기록한 첫 골에서 오버랩된 것은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직전 열렸던 프랑스와 평가전.
당시 경기서 박지성은 후방에서 길게 연결된 패스를 이어받아 견고함을 자랑하는 프랑스수비를 상대로 왼발슈팅으로 득점포를 터트렸다. 이날 이승렬의 득점은 당시와는 상황이 다르긴 했지만 박지성의 모습이 연상됐다.
프랑스와 평가전서 비록 패배를 당했지만 한국은 본선 들어 베테랑과 젊은 피들의 조화로 당당히 4강에 진출했다. 섣부른 판단일 수 있지만 이승렬 본인과 대표팀에 모두 자신감을 심어준 계기가 된 것은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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