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잡아야 한다는 생각만 했다".
'슈퍼맨'의 세 번째 시리즈가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넥센 히어로즈 덕 클락(34)의 믿을 수 없는 다이빙 캐치가 모든 영웅들을 해피엔딩으로 인도했다.
클락은 16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에 중견수 겸 6번 타자로 선발 출장, 9회 2사 1, 2루에서 9-8의 짜릿한 1점차 승부를 지켜내는 그림 같은 호수비를 펼쳤다.

겨우 아웃카운트 1개에 불과했다. 그리고 133경기 중 1승에 불과했다. 사실 그 타구를 놓쳤어도 끝까지 승패는 알 수 없었다.
이런 '만약'의 불상사를 차지하고라도 이날 클락의 그 수비 한 장면은 모든 요소에서 넥센 도약에 훌륭한 발판 역할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무게감이 느껴지는 '빅 캐치'였다.
클락은 경기 후 "무조건 잡아야 한다는 생각만 했다"며 "수비라도 해서 팀에 도움이 된 것 같아 기쁘다"고 신념 같은 소감을 밝혔다.
▲스스로의 도약대
클락은 이날 경기를 포함 17일 현재 2할4푼8리의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외국인 타자라는 점만 따지면 벌써 퇴출이란 된서리를 맞아도 납득할만한 수치다.
4월 후반부터 계속 침체일로를 걸었다. 특히 4월 27일 사직 롯데전부터 5월 9일 목동 한화전 사이 12경기를 뛴 2주간 타율이 1할3푼(46타수 6안타 7득점 1홈런 6볼넷 8삼진)에 불과했다. 6안타 중 홈런과 2루타를 각 1개씩 쳤을 뿐이었다. 장타율(.217)과 출루율(.231)을 합한 OPS가 4할4푼8리로 초라했다.
클락은 이번 주 들어 조금씩 부활 기미를 보여왔다. 지난 11일 광주 KIA전부터 이날까지 6경기 동안 3할9푼1리(23타수 9안타)를 기록했다. 홈런은 없었지만 장타율(.652)과 출루율(.423)이 동시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아울러 넥센 팀 성적도 이번 주 연패나 연승없이 3승 3패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클락은 여전히 고개를 들지 못했다. 꼭 필요한 승부처나 득점권에서는 침묵하기 일쑤였다. 때문에 4월까지만 해도 매일 "Beautiful Day"를 연발하던 활달함은 종적을 감췄다. 오히려 동료들이 "안스럽다"고 걱정을 할 정도로 미소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명수 타격코치나 전력분석팀을 찾아 조언도 구했지만 답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과감한 호수비를 연출한 후 클락의 얼굴에서 다시 자신감이 느껴졌다. 동료들도 "클락이 오랫만에 웃었다"고 기뻐하며 반겼다.
▲번사이드, 손승락 그리고 김시진 구하다
클락의 호수비가 없거나 실패해서 동점이나 역전을 내줬다면 선발 번사이드는 물론 마무리 손승락, 심지어 김시진 감독에게는 치명타로 돌아갈 수 있었다.
김 감독은 7회 삼성이 9-6으로 간격을 좁혀오자 2사 2루에서 곧바로 송신영을 올려 불을 껐다. 그러나 8회 2사 주자없는 상황에서는 잘던지던 송신영을 내린 후 마무리 손승락을 밀어붙였다. 좀더 확실함을 기하기 위해서였으나 결과적으로 손승락은 2점을 더 내줘 9-8로 턱밑까지 추격을 허용했다.
9회에는 2사 후 연속 안타로 동점 위기에 몰렸다. 김상수의 타구를 클락이 욕심내지 않았다면 동점타가 됐을 가능성이 높았다. 타구를 놓쳤다면 역전타가 됐을지도 모른다. 고스란히 패배의 책임은 김 감독에게 쏟아졌을 것이다. 손승락 역시 한켠에 무거운 짐을 짊어질 가능성이 있었다. 번사이드 역시 초반 들쭉날쭉함을 정리하고 최근 조금씩 안정세를 찾아가는 모습이었기에 반드시 이날 승리에 대한 목마름이 컸다.
김 감독은 "송신영이 경기를 마무리 지어줬으면 했다. 그러나 송신영이가 팔꿈치에서 찌릿함을 느꼈다고 호소했다.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다음을 위해 내렸다"고 설명했다. 또 손승락에 대해서는 "경기 전 몸살 기운이 있어 못던지겠다고 했는데"라면서도 곧 "앞으로 경기는 오늘보다는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력분석팀의 노고 증명
클락의 과감함은 전력분석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평소 위치였다면 다이빙 캐치조차 시도하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짧게 끊어치는 스타일인 김상수가 타석에 들어서자 평소보다 수비위치를 대폭 앞으로 당겼다.
결국 김상수의 타구는 클락을 향해 직선으로 날아오다 빠르게 떨어지는 안타성 타구였다. 하지만 클락의 빠른 발을 비롯한 과감함, 정확함까지 곁들여졌다. 물론 이를 가능하게 만든 것은 위치 선정이었고 전력 분석을 통해 가장 근사치를 도출해냈다.
"수비 이동이 적절하게 이뤄졌다. 평소 위치였다면 시도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웃은 클락은 "타자들이 잘친 경기였기에 그대로 망칠 수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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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넥센 히어로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