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개막전만 해도 빈틈이 없을 것 같았지만 개막 2개월이 돼 가면서 여기저기 구멍이 생겼다. 호시탐탐 1군 주전자리를 넘보던 신예 백업요원들에게는 절호의 기회가 아닐 수 없다.
5월 들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LG 트윈스의 현주소이다. 개막전까지만 해도 외야, 1루, 지명타자 등에 걸쳐서 국가대표급으로 불리며 ‘빅5’로 통하던 쟁쟁한 스타들이 하나 둘씩 부상과 부진으로 제몫을 못하면서 신예들에게 기회가 찾아오고 있다.

지난 해와는 딴판인 선발 라인업이 짜여지고 있다. 근년 들어 LG에서 이처럼 신예들에게 출장 기회가 많아진 것은 찾아보기 힘들다.
빅5 중에서 ‘국민우익수’ 이진영과 이적생 우타 강타자인 이택근은 부상으로 2군에 내려갔고 작년 타격왕 박용택은 깊은 슬럼프에 빠져 있다. 또 돌아온 좌타 강타자 이병규도 예전에 못미치는 실력으로 부진하다. 빅5 중에서 공격력이 약해 개막전 대주자 요원으로 평가받던 ‘슈퍼소닉’ 이대형만이 공수주에서 제몫을 다하며 주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여기에 내야진에도 빈자리가 생겨나고 있다. 작년 FA 영입생인 3루수 정성훈이 부상으로 이탈했고 지난 해까지 붙박이 2루수였던 ‘만년 기대주’ 박경수도 꾸준하지 못해 선발 라인업에 들쭉날쭉 기용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1루와 지명타자 자리를 지키고 있던 최고참 최동수도 2군행을 했다.
투수진도 마찬가지이다. 제5선발에 좌완 서승화, 우완 김광삼, 이범준 등을 번갈아 기용됐고 16일에는 프로 입단 후 2년 6개월간 재활에 힘썼던 우완 기대주 이형종까지 마운드에 올렸다. 불펜진에는 신인 사이드암 투수 신정락을 적극 활용하며 키우고 있다.
이처럼 여기저기에서 주전들이 빠지면서 그동안 호시탐탐 주전 도약을 노리던 신예 기대주들에게 기회가 왔다. 외야진에서는 펀치력을 인정받고 있는 ‘작은’ 이병규, 내야진에서는 개막때부터 줄곧 주전 유격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오지환을 비롯해 백업요원들이었던 박용근, 김태완, 윤진호 등이 선발 기회를 잡고 있다. 1루수와 지명 타자 자리에도 기대주 박병호와 2군에서 활약이 컸던 스위치 히터 서동욱이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1군에 올라왔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 주전들이 빠진 자리를 메우는 ‘땜질 선발’ 정도에 그치고 있다. 공수에 걸쳐서 인상적인 플레이를 보여줘야 주전 자리를 채울 수 있는데 아직은 부족하다. ‘팀리빌딩’의 일환으로 꾸준히 신예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박종훈 감독의 마음에 쏙들만한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다행히 지난 16일 롯데전서 백업요원들이 활약, 대승(15-2)을 거두며 5연패의 부진에서 탈출하는데 신예들이 기여한 것이 고무적이다. 선발 이형종이 5이닝 2실점으로 호투하며 데뷔 첫 승을 따낸 것을 비롯해 박용근, 박병호가 홈런포를 날렸고 김태완, 서동욱, 이병규 등이 방망이를 날카롭게 돌렸다. 이날 만큼은 LG 신예 기대주들도 스타로 탄생하며 ‘화수분 야구’를 펼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최근 프로야구계에서는 넥센 히어로즈가 화제이다. 넥센은 지난 겨울 주축 선수들이 대거 타팀으로 빠져나갔지만 올 시즌 신예들이 빈자리를 채우며 만만치 않은 전력을 보여주고 있다. 선발진은 작년과 완전히 달라져서 신예들(금민철-배힘찬-김성현-김상수)로 채워졌지만 기대 이상으로 활약이 크다. 야수진영에서도 김민우, 장기영, 유한준, 유선정 등 백업요원들이 주전으로 도약해 자리를 잡고 있다.
불의의 부상으로 재활중인 넥센의 한 선수는 동료들의 기대 이상의 활약에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기회를 주면 누구든 잘해낼 수 있다”며 부러워했다.
물론 팀상황이 달라 성장 환경도 다르지만 좀처럼 실력발휘를 못하고 있는 LG 기대주들과 비교되는 시점이다. LG 기대주들도 넥센 신예들 못지 않는 자질을 갖춘 선수로 평가받고 있지만 LG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LG 신예들은 쟁쟁한 스타들이 뒤에 버티고 있어 매경기 승부를 걸어야하는 상황으로 강박감이 커서 넥센 선수들과는 처한 현실이 다르다.
하지만 기회는 자주 찾아오지 않는다. LG 신예 기대주들은 이점을 인식하고 기회가 왔을 때 잡겠다는 강한 목표 의식을 보여줘야 한다. 주전들이 돌아올 때 오더라도 현재 최선을 다해 강한 인상을 심어주면 언제든 또 다른 기회는 찾아오기 때문이다.
이들 신예 기대주들이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줄 때 LG 트윈스의 미래는 더욱 밝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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