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연패-4연패-5연패'. 시즌 초 6연승을 달리며 신바람을 냈던 LG 트윈스가 연패를 반복하며 3위까지 올랐던 팀 순위는 7위로 곤두박질쳤다. 팀 분위기와 사기도 떨어졌다. 연패를 거듭하자 이제 팀 내에서 이런저런 목소리까지 나오는 분위기다.
며칠 전 선수들이 '야간 훈련이 힘들다'고 표현을 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그런데 타자들보다 더 힘든 사람들이 있다. 바로 선수들보다 일찍 경기장에 나와 마지막 한 선수의 훈련이 끝나야 경기장을 나설 수 있는 코치들이다.
지난 16일 5연패를 벗어난 LG 선수들 대부분은 경기 후 샤워를 하고 사복으로 갈아 입고 경기장을 빠져 나갔다. 그런데 조용히 3루측 덕아웃 나무의자에 혼자 앉아 담배 한 모금을 머금으며 고심하는 이가 있었다. 서용빈 1군 타격 코치였다.

서 코치는 지난 1994년 전체 41번으로 쌍둥이 유니폼을 입어 입단했다. 하위 라운드에 지명돼 당시 팀에서는 그에게 별다른 기대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는 당당히 신인 첫해부터 126경기에 출전해 3할1푼8리의 타율과 157안타 72타점을 기록하며 1루수 부문 골든 글러브를 수상했다.

올 시즌 처음으로 1군 타격 코치가 된 서 코치는 "나는 신인 때 3~4시간 자면서 운동했다. 운동선수가 3~4시간 자고 운동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갈 것이다. 1년 내내 한다면 못한다. 그런데 스스로 한다면 할 수 있다"며 "지금 선수들 가운데 힘들어 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거니까 이겨내야 한다. 부족하지 않은 부분을 억지로 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 이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게임에 질 수도 있고, 안타를 못 칠 수도 있다. 실책을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의욕을 떨어뜨리고, 근성이 떨어지고, 자신감이 떨어지는 것은 나는 못 본다"고 굳은 목소리로 강조했다.
서 코치는 또 "그렇지만 힘든 과정을 묵묵히 해 나온 선수는 결과가 좋아질 수 밖에 없는 것이 원리다. 힘든 순간을 잘 극복해 나오면 된다. 그런데 중간에 안 된다고 그러는 선수가 있으면 그거는 용납 못한다"고 밝혔다.
서 코치는 "만약 건의를 한다면 자기의 생각만 말해서는 안 된다. 부족하니까 훈련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또 과정에 충실하면 결과는 따라 온다"며 "그래도 곁에 열심히 운동하는 선수들이 많다. 특히 (박)병호가 첫 홈런을 쳤는데 내가 더 기뻤다"고 말하며 피곤함 보다 보람이 더 크다는 듯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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