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솥밥을 먹었던 동료. 그러나 이제는 양 팀 내야의 심장으로 적이 되어 맞붙는다. 손시헌(30. 두산 베어스)과 이대수(29. 한화 이글스)가 18일부터 3일 간 벌어지는 잠실 두산-한화 3연전서 펼칠 불꽃튀는 대결이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2003년 두산에 신고선수로 입단한 뒤 지난 시즌까지 골든글러브 2회 수상 이력을 자랑하며 '연습생 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는 손시헌. 이대수 또한 지난 2001년 SK에 신고선수로 입단한 뒤 2007시즌 초 두산으로 이적해 팀의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끈 실력파 내야수다.

얼굴 생김새는 다르지만 손시헌과 이대수는 공통점도 많은 선수들이다. 체구가 작은 편이고 생각만큼 발이 빠른 편은 아니지만 둘 다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근성 있는 플레이를 선보이며 유격수 자리를 지키는 동시에 코칭스태프의 신임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내실있는 활약으로 팀의 성적 상승을 이끌어야 하는 두 유격수의 활약이 더없이 중요한 시점.
▲ 손시헌, 소리 없이 강한 '주장'
지난 2008년 11월 상무에서 제대해 2년 간의 1군 공백을 상쇄하는 활약을 펼치며 골든글러브 수상의 기쁨을 안은 손시헌은 군 입대 전보다 확실히 나아진 배팅을 선보이며 전성기를 구가 중이다. 손시헌의 올 시즌 타격 성적은 38경기 2할9푼4리 3홈런 26타점(17일 현재).
꾸준한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힘을 갖췄고 몸쪽 공략에 있어 스탠스를 확실히 잡아두는 로테이션 타격을 통해 파괴력을 높인 손시헌의 현재 타격에도 집중할 필요가 있다. 그의 올 시즌 득점권 타율은 3할9푼4리로 '하위타선의 핵'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특히 손시헌은 올 시즌부터 주장을 맡아 선수단을 이끄는 중. "선수들이 알아서 잘 하고 있어 내가 하는 일은 별로 없다"라며 겸손하게 이야기하는 손시헌이지만 되도록 감정 기복을 나타내지 않고 팀의 중심을 잡는 모습은 후배들에 본보기가 되고 있다.
6개의 실책을 저지르며 수비율이 9할6푼1리에 그치고 있는 점과 송구 선택 오류로 현재 8개 구단 내야수 중 가장 많은 3개의 야수선택을 기록한 점은 아쉽다. 그러나 여전히 강한 어깨와 기본기가 탄탄한 풋워크로 좋은 활약을 선보이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
이번 3연전에서 손시헌은 공-수 양면에 걸쳐 꾸준한 활약을 펼치는 동시에 군에서 돌아온 자신을 주전 유격수로 믿고 기용한 김경문 감독의 기대에 다시 한 번 부응해야 한다. 7번 타자-유격수로 선발 라인업을 지킬 그의 활약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 '수비율 9할9푼3리' 이대수, 친정 향한 총구
지난해 38경기 출장에 그치며 2할6푼2리 7타점의 성적만을 남긴 채 11월 한화로 2-1(조규수+김창훈) 트레이드 된 이대수는 세 번째 팀 한화에서 확실히 기회를 얻고 있다. 이대수의 올 시즌 성적은 37경기 2할2푼 2홈런 12타점.
2007, 2008년 두산의 한국시리즈 연속 진출을 이끌었던 이대수인만큼 트레이드 이전 손시헌의 가세시점부터 그는 2개 구단과의 주축 좌완과의 거래에 이름이 오르내렸다. 비록 성사되지 않았고 경기 출장 기회마저 줄어들며 최근 1군 실적이 없던 두 투수와의 맞교환되기는 했으나 한대화 감독이 트레이드에 앞서 두산에 "반드시 필요하다"라며 간곡히 요청했을 정도로 좋은 유격수임에 틀림없다.
트레이드 단행과 함께 한대화 감독은 "이대수를 내야 중심으로 놓고 2010시즌을 준비한다. 우리 팀 키플레이어는 바로 이대수"라며 화색을 비췄다. 그리고 그는 올 시즌 단 한 개의 실책만을 기록한 채 수비율 9할9푼3리의 좋은 기록을 선보이고 있다. 8개 구단 주전 유격수 중 이현곤(KIA)과 함께 유이한 9할9푼대 유격수.
이대수의 유일한 실책은 공교롭게도 친정팀 두산전서 기록한 것. 지난 4월 6일 잠실 두산전 8회말 2사 만루서 양의지의 땅볼 타구를 그라운드에 떨구며 2-3 결승점을 내줬으나 불규칙 바운드에 의한 타구라 처리가 쉽지 않았다. 이후 그는 적어도 포구에 있어서는 단 한 개의 실책도 기록하지 않고 있다.
타율은 낮지만 그의 타격 모습도 찬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규정타석을 채운 8개 구단 타자들 중 가장 낮은 타율이지만 공을 오래 지켜보며 상대 투수를 괴롭히는 모습을 보이는 타자가 바로 이대수다. 이대수의 타석 당 상대 투구수는 4.07개로 규정타석 이상 타자들 중 전체 8위. 타율은 낮아도 결코 상대하기 쉽지 않은 타자가 이대수다.
"시즌 전부터 주전 경쟁에서 밀린 것이 아닌가 싶은 자괴감이 들기도 들었다"라며 지난 시즌을 돌아봤던 이대수는 "지난해 우리 팀이 최하위에 위치했던 만큼 잃을 것은 없다고 본다. 그러나 코칭스태프-선수들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만큼 탈꼴찌를 위해 분투하겠다"라는 말로 각오를 불태웠다. 근성으로 가득 찬 이대수의 손에도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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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손시헌-이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