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같은 얼굴의 배우 조여정은 어느덧 '여인의 향기'를 뿜었다. 영화 '방자전'(6월 3일 개봉, 김대우 감독)에서 그녀는 고전 속 춘향이가 아닌, 요염하고 아찔한, 그러면서도 야망있는 춘향이로 변신해 돌아온다.
글래머 스타, 인형같은 얼굴. 하지만 조여정은 무엇보다도 연기자로 인정을 받고 싶다고 했다. 학교에서 한 연극들과 영화 촬영장, 본인이 맡았던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그녀의 얼굴과 말투에서는 연기에 대한 애정을 흠뻑 느껴졌다. 스스로 이미지만 떠도는 배우가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도 했다는 그녀가 스크린 첫 주연을 맡은 '방자전'은 확실히 여태까지 만들어 놓은 조여정의 필모그래피 중 가장 인상적인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스크린 첫 주연이다. 감회가 남다를 듯 한데
▲ 기자들 반응, 관계자들 반응이 궁금하고 그 다음에 시사회 오신 분들, 관객들 반응도 벌써부터 기대된다.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걱정하는 마음도 들었는데, 편집을 잘 해 주셨더라. 진짜 영화에서 춘향이처럼 나와 흐뭇하다(웃음).
- 매력있는 춘향이다. 시대만 사극이지 현대여성 캐릭터다.
▲ 맞다. 지금까지 그려져 온 춘향이와 달라보이는 게 너무 좋았다. 도발적이고 굉장히 현실적이면서도 적극적으로 사랑도 쟁취하고 신분 상승도 이루려한다. 착한 얼굴의 전략가라 가끔은 무섭기도 했다.
- 노출신 때문에 선택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덮는 순간 그런 생각은 더 간절해졌다. 처음 읽었을 때부터 사랑신이 너무 필요하고, 꼭 필요한 신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영화를 돋보이기 위해 필요한 거지 혼자 튀어나올 신은 아니다. 나는 전혀 걱정이 없었는
데 주변에서 우려가 있기는 했다. 그래도 본인이 시나리오와 연출을 너무 믿으니까 뭐, 그러라고 했다.

- 여배우에게 정사신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고되다. 힘들지는 않았나
▲ 전날까지 매일매일 그 날 그 날의 중요한 신을 촬영하다 보니 그 장면을 찍는 날이 왔다. 마음의 준비도 할 시간이 없이 닥쳐서 후다닥 찍어야 했다. 감독님이 남자배우와 여배우가 최대한 자연스럽고 부끄러운 것 때문에 방해받지 않도록 신경을 많이 쓰셨다.
- NG를 거의 내지 않았다고 들었는데
▲ NG를 최대한 많이 안 내려고 하고 굉장히 집중하는 스타일이다. 한 두번 하더라도 초집중하는 스타일이다. 스태프들이 나를 기다려주는 시간을 못 견딘다.
- 함께 호흡을 맞춘 류승범과 김주혁에 대해 평해달라.
▲ 승범씨는 순간 집중력이 너무 뛰어나다. 동갑내기 배우지만 연기할 때만 정말 배울 게 많아 감탄이 나온다. 대단한 열정가이고, 노력하는 스타일이다. 주혁 오빠는 현장에서도 방자 캐릭터 같았다. 항상 현장에서 사람들을 묵묵히 챙겨주고, 본인이 제일 고생스러운데도 티도 하나도 안 낸다. 너무 성실하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미안해서 힘들다는 말 한 마디 할 수 없을 정도다. 분위기 메이커이기도 하다. 승범 씨와 주혁 오빠, 두 남자 배우가 잘 지내니까 현장 분위기가 너무 좋더라.
- 고등학교 때 VJ로 데뷔할 때, 배우의 길을 갈 줄 알았나
▲ 고등학교 때까지도 배우로 할 거란 생각은 못하고 아나운서 하고 싶다, 선생님 하고 싶다 이런 생각들을 했는데, 엄마가 딸이 배우를 할 팔자라고 생각하셨는지 먼저 권유를 하시더라. 그래서 99년도 대학교 때부터 본격적으로 연기를 하게 됐다. 내가 아역배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아니다. 연기는 하면 할 수록 매력이 있고 한계가 없고 끝없이 연구하고 파고 들어야 하는 직업이다. 정말 무한한 것 같다.

- 글래머 스타로 남자 팬들이 많다
▲ 칭찬이면 물론 너무 좋은데 그것만 너무 과장, 부각 시키면 아쉬움이 남는다. 배우로서 떳떳하게 대표작이 없다는 그런 마음 때문에 걱정이 되기도 했다. 이미지만 떠다니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 '뜰 것 같은데 안 뜨는 연예인'으로 뽑이기도 하고. 외모적 칭찬은 너무 고마운 일이지만 먼저 배우로서 인정받고 싶다. '방자전'을 보고 '와 연기를 잘 하는 배우구나 좋은 배우구나'란 말을 듣고 싶다. 그리고 거기에 플러스로 보기까지 좋다, 라고 하면 좋을 거 같다.
- '방자전'이 연기 인생에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믿나?
▲ 그렇다. 앞으로 해야할 일들에 '방자전'이 물꼬를 터 준 것 같아서, 관심을 얹어준 것 같아서 너무 감사하다. '방자전' 현장에서 30세를 맞았다. 너무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학교 생활을 열심히 하는 배우로도 유명하다.
▲ 현재 동국대학교에서 MFA 연기실기석사 과정 중이다. 계속 공부는 할 생각이다. 학부 생활도 연극도 열심히 올리고 즐기면서 했다. 학점도 꽤 좋았다. (공부를 좋아하나?) 좋아한다. 안 그렇게 보이나?(웃음) 의외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공부하는 것을 재미있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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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영민 기자 ajyou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