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 라면 말고도 사나이를 울리는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KBS 2TV 주말 버라이어티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이다. '남자의 자격'은 중장년층이나 청소년 할 것 없이 대한민국 남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이면서 웃음 뿐 아니라 감동과 울림을 선사하며 세간의 화제로 떠올랐다. 바로 '남자, 청춘에게 고함' 편과 '자격증 프로젝트' 때문이다.
자격증 프로젝트는 '남자의 자격'이 내세운 '2010 5대 기획' 중 하나다. 멤버 7명이 각자 원하는 자격증 코스를 골라 '딸 때까지' 한번 가보는 거다. '쯩'을 위한, 제2의 인생을 위한 평균 나이 40.6세 남자들의 도전기가 눈물겹다. 지난 주 방송에는 한 문제 차이로 제빵사 필기시험에서 탈락한 이경규의 안타까운 사연, 연예인이란 본업도 잊은 채 일주일에 꼬박 이틀을 도배 연습에 투자했던 이윤석의 중도 탈락 모습 등이 공개돼 시청자들에게 '찡한' 웃음을 안겼다. 국가고시를 앞두고 초조해하며 다소 어리바리하게 구는 그들의 모습은 미소를 짓게 했지만 좌절 앞에 탄식하고 눈물로 자책하는 모습은 연민을 자아내기까지 했다.
단순히 화면에 보이는 모습이 전부가 아니라 7명의 멤버들이 지난 연말, 목표가 정해진 순간부터 지금까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카메라가 없으나 있으나 진심으로 자격증 코스에 매진하고 있다는 것이 제작진의 전언이다. 이러한 진심과 열의는 '리얼'이라는 전제조건을 달고 있는 프로그램의 신뢰도를 높여준다. 이제 시청자들은 차곡차곡 믿음을 쌓아 올린 멤버들에게 진정한 아군이다.


그런가하면 7명 멤버들이 연사로 나섰던 '남자, 청춘에게 고함' 강연회도 대박이 났다. 개성이 각각 다른 멤버들이 각기 다른 메시지를 전달했다. 적당한 유머와 감동이 어우러진 강연회였다. 현장에 있던 청강생들 보다 더 난리가 난 건 시청자들이었다. 2주로 나눠 전파를 타자마자 이경규 김국진 이윤석 이정진 등 멤버들의 강연에 대한 찬사가 쇄도했다. '삶의 지침이 됐다', '인생을 돌아보게 됐다', '멤버들의 우여곡절 인생사가 눈물겹다'는 시청자들은 결국 강연의 풀버전 영상을 요구했고 제작진은 현재 이를 공개해놓은 상태다.
웃음을 목적으로 하는 예능 프로그램에 있어 '감동'이란 웃기기보다 어려운 과제일 수 있다. 웃음이건 감동이건 의도하고 조작한다면 똑똑한 시청자들은 바로 외면한다. '남자의 자격'이 순도 100%의 웃음과 감동을 선사하는 것은 지난 1년여간 시청자들과 쌓아온 신뢰와 좁혀놓은 거리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슬픈 영화를 보아도 '계집애처럼 울지는 않겠다'던 사나이들이 눈시울을 붉히는 요즘이다. 사나이 울리는 예능, '남자의 자격'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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