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라디, 왜 박찬호를 8회에도 올렸을까?
OSEN 박광민 기자
발행 2010.05.18 15: 06

[OSEN=이지석 미국 통신원] 18일(이하 한국시간) 뉴욕 양키스는 홈에서 열린 라이벌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경기에서 마커스 템스의 끝내기 투런포에 힘입어 11-9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하지만 이 경기에서 박찬호는 홈런을 2방이나 허용하며 3실점하는 난조를 보였다.
 
지난달 15일 햄스트링 부상으로 한 달 여 동안 마운드를 떠나 있던 박찬호로서는 호된 복귀전을 치른 셈이었다. 시즌 개막전에 이어 두 번째 블론세이브를 기록한 박찬호는 타선 덕분에 패전을 간신히 면했다.

 
7회 박찬호는 안타 1개를 허용했지만 시즌 개막전에서 홈런포를 허용했던 더스틴 페드로이아를 병살타로 처리하며 무실점으로 위기를 넘겼다. 정상적이라면 7-6으로 앞서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8회 조바 체임벌린, 9회 마리아노 리베라로 이어지는 필승 구원진을 가동해야 하는 상황. 그러나 조 지라디 감독은 8회에도 박찬호를 마운드에 올렸다. 
 
결과론이기는 하지만 지라디 감독의 투수 교체 타이밍에서 문제점을 드러냈다. 8회초 레드삭스 타선은 3번 J. D. 드루(좌타), 4번 케빈 유킬리스(우타), 5번 빅터 마르티네스(스위치) 순으로 이어지는 상황이었다. 특히 마르티네스는 스위치 타자이지만 좌타석에서 더욱 파워가 돋보이는 선수였기에 좌완 투수를 기용하는 것이 나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전날 열린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양키스는 3-2로 앞선 8회초 체임벌린과 리베라를 모두 투입하고도 3-6으로 역전패를 당했다. 그러나 리베라가 만루홈런을 허용하며 경기를 그르쳐 그 충격이 더욱 컸다. 결국 셋업맨 체임벌린이 이번 시즌 17⅓이닝이나 던지며 과부하가 걸렸기 때문에 지라디 감독은 박찬호를 8회에도 등판시킬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한 달 여의 공백을 가진 박찬호에게 2이닝 연속 등판하라는 것은 결코 현명한 선택이 아니었다. 결국 8회초 박찬호는 아웃카운트를 한 개도 잡지 못하고 안타 1개와 홈런 2방을 허용하며 마운드에서 물러났다. 지라디 감독은 뒤늦게 박찬호를 마운드에서 내리고 좌완 다마소 마르테를 호출했다.
 
지난 시즌 구원투수로 나서 단 한 개의 홈런도 허용하지 않았던 것과 달리 박찬호는 4경기서 6.⅔이닝을 던져 홈런을 4개나 빼앗겼다. 벌써부터 속단하기에는 이르지만 아메리칸리그에 유독 약한 모습이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날 경기의 승리 투수는 9회초 단 1타자만을 상대해 삼진을 잡아낸 하비에르 바스케스였다. 극도의 부진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건너 뛰고 불펜에서 대기하다 얼떨 결에 등판해 시즌 두 번째 승리를 따낸 것.
 
시즌 개막전에서 레드삭스를 상대로 ⅔이닝 2실점으로 패전을 당했던 박찬호는 3일 후 같은 팀을 맞아 3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승리를 따내며 설욕을 했다.
 
비록 18일 경기에서 패전을 면했지만 박찬호는 확실한 셋업 요원이라는 믿음을 심어주는데 실패했다. 특히 볼 배합과 구위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유킬리스를 상대로 슬라이더만을 고집하다 볼이 한 가운데 높게 몰리며 홈런을 맞았다. 마르티네스를 상대로 던진 92마일짜리 투심 패스트볼은 좌타자의 바깥쪽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밋밋하게 들어오다 통타당했다.
 
불펜 자원의 고갈로 박찬호를 무리하게 기용한 지라디 감독의 계산은 착오임이 입증됐다. 하지만 감독의 기대에 박찬호가 부응하지 못한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박찬호 대신 트리플 A로 내려간 이반 노바의 성적은 3이닝 무실점이었다. 1150만 달러의 연봉을 받는 바스케스도 부진을 면치 못하자 불펜으로 밀어내는 팀이 바로 양키스다.
 
분위기 반전을 위해 박찬호의 다음 등판이 더욱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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